사이트 폐쇄 논란 '일베' 이용자, 직접 얘기 들어보니..

2013. 5. 2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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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베 이용자 A씨 "차라리 모아서 관리"… 5.18 비하 행위엔 "비판 터부시되면 안돼" 주장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A(26)씨는 서울 소재 대학 경제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 졸업 직후 곧바로 금융회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면 조씨는 사회로 진출하는 코스를 성공적으로 밟고 있는 중이다. 그의 입에서 '일베충'(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 이용자를 비하하는 은어)이라는 단어가 나올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그는 일베충이라고 불릴 정도로 적극 게시물을 올리는 일베 회원은 아니지만 사이트를 하루에 한번씩은 반드시 접속해 '눈팅'을 하는 이용자다. 일베 사이트를 이용하는 계층에 중고등학생들이 많고 일각에서는 소위 '잉여' 계층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주변의 평범한 대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도 많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 인사이드를 이용했고, 일베가 디씨인사이드에서 떨어져 나오자 일베 사이트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일베에 접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 이슈와 정보 같은 것이 가장 먼저 올라온다. 사건이 터지면 가장 빨리 요점을 정리해준다"고 말했다. 사실상 일베가 사회를 바라보는 창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주변 대학 친구들 두명 중 한명은 일베를 접속한 경험이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자신은 일베충이 아니라고 하는데 주변 남자들은 거의 다하는 것 같더라. 일베에서 여성 비하적인 내용이 많은데도 일베를 접속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전했다.

최근 일베 사이트가 주목을 받은 것은 5. 18 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왜곡하며 고인을 비하하는 등 반인륜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은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하지만 "고인을 비하하는 것을 조금 자제하면 된다. 5. 18을 폭동이라고도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걸 뭐 신성시해서 터부시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비하 행위가 왜 논란이 되는지를 일축했다.

A씨는 또한 "전라도 지역(홍어라는 표현)을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라고 하는데 전라도 사람들은 경상도 사람들을 꽈메기라고 한다. 서로 이 정도는 놀릴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전라도 사람들이 내재적으로 피해 의식이 있는 것 같다. 일종의 하위 문화로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5. 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걔네들(전라도 사람) 입장에서는 명절 같은 것 아니냐"며 역사적 사건으로서 5.18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역사적 평가에 대해 의혹이 있다면 진상위원회 같은 것을 꾸려서 증거를 보여주고 합의를 도출하면 된다. 광주시에서 신고 센터를 운영할게 아니라 일베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만들고 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베 사이트에서 '팩트'를 검증해야 한다며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고 있는 일부 우익 인사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 일간베스트 저장소 메인 화면

A씨는 전직 대통령이 법적 처벌까지 받고, 검증된 자료가 세계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5. 18 민주화운동은 역사적 평가가 이미 끝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역사적 판단이라고 하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반인륜적 표현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인륜적이라는 표현이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일베에 대한 폐쇄 주장이 나오고 표현의 자유 논란까지 확산된 것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A씨는 민주당에서 일베 사이트에 대한 운영정지 가처분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든 꼴"이라면서 "노무현, 김대중 전직 대통령의 유가족이나 5. 18 관련 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할 순 있지만 특정 정당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폐쇄 논란과 관련해서도 "반인륜적이란 이유만으로 사이트 운영을 폐쇄한다면 일베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도 영향을 받게 되고 인터넷 특유의 익명 문화라는 의미도 없어진다"면서 "일베가 없어지면 일베 이용자들이 어디로 흩어질지 모르고 그런 세력은 없어지지 않는다. 차라리 모아둬서 관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A씨는 일베 사이트의 반대편으로 인식되고 있는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를 예로 들며 "일베에서 전라도를 비하하고 여성을 비하한다고 폐쇄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오유에서 노인을 비하하며 투표권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도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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