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빼돌려 쓰레기 급식..어린이집 '횡령 백태'

2013. 5. 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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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55곳 적발 '빙산 일각'.."제도 개선 시급"

서울 강남권 55곳 적발 '빙산 일각'…"제도 개선 시급"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무자격 보육교사를 채용해 국고보조금을 빼돌리고 특별활동비를 부풀리는 등 횡령을 일삼은 어린이집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나랏돈을 무더기로 빼돌린 원장들은 아이들을 위한 돈 쓰기에는 인색해 버려진 음식재료를 이용해 아이들 밥상을 차렸다. 말 못하는 영아들을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어린이집은 서울 강남권에서만 55곳. 그러나 경찰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민간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들로, 관리·단속 인원이 부족한데다 관련 제도가 미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 '비리백화점' 어린이집…수법도 '가지가지' = 경찰 수사는 몇몇 보육교사의 제보로 시작됐다. 시중 어린이집이 부풀린 특별활동비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공공연하게 횡령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우선 특별활동업체 20여 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강남 일대에서만 700여 곳의 어린이집이 강사비의 80%를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300억 원대를 횡령한 혐의를 포착했다.

일단 55명의 원장을 입건해 조사해 보니 이들은 어린이집 여러 곳을 운영하며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년간 억대 이상을 챙긴 원장은 10명이나 됐고 이 가운데엔 어린이집 5곳을 운영하는 구의원도 있었다.

이들은 빼돌린 돈을 주로 업체 확장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횡령액 대부분을 차지한 특별활동비 외에도 어린이집을 들고 나는 모든 돈이 표적이었다.

싸구려 음식재료를 제값 주고 산 것처럼 꾸몄고 시설공사나 학습교재 비용도 제 돈 다루듯 했다.

한 어린이집은 시장에 버려진 배추 시래기, 유통기한이 사흘이나 지난 생닭을 급식재료로 쓰거나 미국산 쌀,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 표시라고 속여 아이들에게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80여 명의 원생에게 하루 먹여야 할 우유 1천㎖들이 10개 가운데 2개만 급식하고 나머지 돈을 챙긴 업체도 있었다.

보수 공사를 한 것처럼 허위 거래명세표를 받아 공사업체에 입금한 뒤 되돌려받고 구청으로부터 교재 구입비로 받은 보조금을 주머니에 챙긴 어린이집 원장도 다수였다.

심지어 인터넷 은행거래 입출금 전표를 위조해 보육교사의 수당을 중간에서 가로채기도 했다.

자격증이 없는 보육교사를 정식 교사로 등록해 교사 1인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8천만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을 챙긴 어린이집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보육교사원을 운영하는 안모(49·여)씨는 사회복지대학 강사로 활동하는 목사를 브로커로 활용, 1인당 200만∼320만원의 뒷돈을 받고 가짜 자격증을 대신 발급받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육교사원은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보육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아동 학대 정황이 포착된 어린이집도 있었다. 어린이집 한 곳에서는 영아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이불로 덮어 내버려뒀다. 3∼4세 아이들에게 채소 등 식자재를 2층까지 운반시키거나, 통원 차량 안에서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며 라디오 음량을 높인 곳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적발된 업체 55곳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으로 국·공립 기관은 없었다.

◇ 구멍 뚫린 관리·감독…"제도 보완 시급" = 앞서 송파경찰서는 송파구청과 관내 어린이집에 대한 합동감사를 벌이기로 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척될수록 연루된 어린이집은 송파를 넘어 강동, 서초, 동작, 관악 등 강남권 일대로 뻗어나가며 총 700여 곳에 이르렀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3년간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빼돌린 돈만 300억 원대.

그러나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담당구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숱한 어린이집을 일일이 단속하기엔 인원이 태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송파구는 5명도 채 되지 않는 직원이 관내 약 380개의 어린이집을 점검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올 초에도 이 문제가 불거졌지만 구청 측에서는 단속 인원을 늘리지 못한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의 허술한 관리 체계도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년간 38과목, 975시간의 교육과정 등을 이수해야 하지만 진흥원은 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채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보육정보시스템에 등록만 하면 보육교사 국고보조금이 나오는 현 시스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경찰 단속과 관련해 어린이집 연합회 측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사 허위등록, 불량 급·간식 제공, 아동학대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체 정화에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보육료 현실화, 재무회계규칙의 합리화 등을 위한 법령·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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