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잡은 절도범, 경찰 검거실적으로 둔갑

2013. 5. 2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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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용감한 시민이 추격 끝에 붙잡은 절도범을 경찰이 직접 검거한 것처럼 홍보해 빈축을 샀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7일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에 침입, 속옷 등을 훔치고 성추행한 혐의(상습절도 등)로 조모(42)씨를 구속했다는 검거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대연지구대 경찰관 2명이 지난 20일 조씨를 절도미수죄로 체포했고 후속 수사를 통해 여죄를 밝혀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조씨를 붙잡은 것은 부산 남구 대연동 D원룸에 거주하는 박건민(29·회사원)씨였다고 이웃 주민 김모(47·여)씨 등은 입을 모았다.

박씨와 주민들에 따르면 2∼3개월 전부터 D원룸에서 여성 속옷 절도가 잇따라 경찰에 수차례 신고했다.

1개월 전에는 원룸에 CCTV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가 없자 박씨 등은 반상회를 열어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모두 나와 범인을 붙잡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 20일 0시 30분께도 박씨 집 강아지가 수상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짖자 박씨가 원룸 주변을 살폈다.

그 사이 박씨 여자 친구는 스마트폰으로 CCTV를 검색, 조씨가 부엌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을 확인하고 헛걸음만 하고 돌아온 박씨에게 알려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들이 원룸 앞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탐문할 때 박씨는 원룸 주변을 살피다가 자신을 보고 갑자기 달아나는 조씨를 100m가량 뒤쫓아가 붙잡은 뒤 원룸 앞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조씨가 경찰관을 보고 곧바로 도주하자 박씨가 200m가량 추격해 다리를 차서 넘어뜨리고 주먹질을 한 뒤 붙잡았고 뒤따라온 경찰관이 수갑을 채웠다.

박씨는 이 과정에 바지가 찢어지고 무릎을 다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연지구대의 최초 검거 보고서에는 조씨가 박씨와 얘기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보고 달아나는 것을 (경찰관이) 추격해서 붙잡았다고 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7일 오전 일찍 조씨가 붙잡혔다고 언론에 보도된 것을 우연히 본 박씨가 경찰에 항의하면서 드러났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그동안 박씨에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다가 이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된 후 정오가 다돼서야 "늦었지만 절도범을 검거해줘서 감사하다. 검거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사진 있음 >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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