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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대공습…벼랑끝 한국油化

입력 : 
2013-05-26 18:02:47
수정 : 
2013-05-27 14: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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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産 화학제품 생산원가 한국의 ⅓
롯데케미칼 등 영업이익 큰폭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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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영업 성적표는 참담했다. 석유화학 기초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보유한 메이저 업체 중 롯데케미칼이 무려 74.7%의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했다. LG화학(-32.2%), 여천NCC(-38.3%), 삼성토탈(-45.0%) 등 다른 업체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들어 반등을 기대했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롯데케미칼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42.4%나 더 줄어들었다.

석유화학 실적 부진의 1차 원인은 글로벌 경기 부진, 그중에서도 중국의 수요 감소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중국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수입 동향을 보면 한국산 제품이 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중동 제품은 28% 증가했다. 중동뿐만이 아니다. 미국산 폴리염화비닐(PVC) 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05년 10%에서 지난해 26%까지 확대됐다. 국산 석유화학제품 경쟁력이 중동과 미국에 형편없이 밀린 것이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업체 실적 부진을 원인별로 살펴보면 50~60%는 글로벌 경기 부진, 나머지 40~50%는 중동과 미국의 부상"이라고 진단했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그러나 세계 석유화학산업 주도권이 중동과 미국으로 옮겨가는 흐름은 쉽게 바뀔 성격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동과 미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가격에서 나온다. 석유화학 기초제품에 해당하는 에틸렌 1t의 제조원가를 보면 한국이 13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북미는 430달러, 중동은 200달러까지 내려간다. 이처럼 낮은 제조원가를 떠받치는 것은 '가스의 힘'이다. 중동은 전통 천연가스, 미국은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원료로 화학제품을 만든다. 반면 한국 일본 유럽 등은 석유 추출물인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기록적인 유가 상승과 셰일가스 개발이 촉발시킨 천연가스 값의 대폭 하락은 나프타 기반 화학산업의 존재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북미 셰일가스 기반 화학시설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2016년부터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셰일가스 대공습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용어설명> 셰일가스 : 모래와 진흙이 퇴적돼 형성된 셰일층에 함유된 가스를 말한다. 원유나 천연가스와 달리 지하 1000m 이하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셰일암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세계 최대 매장 지역은 중국과 미국이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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