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폐쇄' 표현의 자유 논란

이효상·심혜리 기자 입력 2013. 5. 24. 22:33 수정 2013. 5. 2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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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운영 가처분" 조국 "논의 일러".. 용인 수준 사회적 합의 필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북한군 개입설을 제기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시물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베에는 그간 5·18을 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거나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게시물 등이 다수 올라왔다. 최근 4주기를 맞은 노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사진 등도 게시됐다. 호남 등 특정 지역이나 여성, 외국인 등을 극단적인 용어로 비하하는 게시물들도 올려져 반발을 사왔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22일 일베 사이트에 대해 법원에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인터넷 등에서는 일베 사이트 폐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범계 민주당 5·18대책위 부위원장은 24일 "일베 문제는 과연 법적인 대응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왔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기 때문에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일베에 대한 법적 대응 배경을 설명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허위사실 유포, 인종학살 부인, 하드코어 포르노(노골적인 성행위 영화) 등 민주주의 나라에서도 처벌되는 표현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합헌적 제한은 가능하다"고 적었다. 다만 조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일베의 폐쇄를 논하기는 이르다"며 "운영자와 게시글을 올린 사람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하고 악성 게시물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차원의 경고나 삭제 조치를 하되, 이것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그때 폐쇄문제를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선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일베를 폐쇄해야 할지 말지는 강요의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민주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일베는 국민 여론에 따라 스스로 간판을 내리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베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만 일으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많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일베에 일부 문제되는 게시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실정법규를 확대 적용하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키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어느 정도의 표현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 시론을 통해 "만약 일베에 대해 명예훼손 판결이 내려지면 '일베충(일베 회원을 비하해 부르는 호칭)'이란 호칭을 썼다고 해서 명예훼손을 책임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명예훼손은 무한 순환할 수 있어 법으로 말을 규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베의 일탈에 대해 법적 규제를 하고 싶다면 차별적인 언사가 약자들에게 끼칠 정신적 피해를 방지하는 차별금지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인터넷은 사회현상의 반영인데 일베를 폐쇄한다 해도 제2, 제3의 일베가 또 나타날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며 "일베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 계층·집단을 향해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효상·심혜리 기자 hsl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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