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논란 아랑곳 않고.. 국정원 오늘도 안보강연

입력 2013. 5. 24. 12:47 수정 2013. 5. 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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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현장취재팀 기자]

[현장취재팀]

취재 : 이주영 기자

사진 : 권우성·유성호·이희훈 기자

2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안보교육 참가자들이 국정원이 준비한 버스에 줄지어 탑승하고 있다.

ⓒ 이희훈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역에서 국가정보원 안보 특강에 초청된 시민들이 국정원에서 준비한 차량에 올라타며 국정원 직원에게 신분 확인을 받고 있다.

ⓒ 유성호

[기사 수정 : 24일 오후 2시 35분]

24일 오전 8시 10분께 서울역광장 앞에 대형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광장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버스 쪽으로 다가갔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성 6명 정도가 버스에서 내리더니 흩어져 주변을 살폈다.

그중 한 명이 버스 앞에 모인 사람들을 일렬로 세웠다. 이 남성은 손에 든 종이와 사람들의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대조한 뒤 가슴 쪽에 '국정원 마크'가 새겨진 스티커를 붙여주고는 탑승시켰다. 버스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 한 명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다. "국정원 초청행사에 간다"고 답했다.

결국 국가정보원은 논란 속에서도 초청행사를 강행했다. 앞서 국정원은 '안보 위해 사범' 등을 신고한 사람들을 안보 강연에 초청한 바 있다. 초청자 중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으로 도마에 오른 일베 회원 등이 초청자 명단에 포함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역·양재역서 버스 이동... 대부분 20대 초중반, 경남 김해서 오기도

24일 오전 국정원 안보교육 참가자들이 버스에 타면서 국정원 직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서울역광장 앞에서 국정원 초청행사 버스에 오른 30명 정도의 참가자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여성 참가자도 10명 정도 됐다.

참가자 중에는 일베 등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도 있었다. 일베 회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20)은 "12건 정도 국정원에 신고했더니 강연에 초청됐다"며 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올라온 참가자도 있었다.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배아무개(20)씨는 인터넷에서 도는 (정치 관련) 비방글을 고발했더니 휴대전화 메시지와 이메일로 "국정원 초청행사에 초청됐다"는 연락이 왔다. 배씨는 일베 회원이기도 하다.

배씨와 동행한 그의 어머니는 "뭔가 불안해서 같이 (서울로) 올라왔다"며 "오후 5시까지 강연한다고 했는데, 세뇌교육 시키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서울역과 비슷한 시각, 양재역 인근에서도 국정원 안보강연 참가자들이 결집했다. 오전 9시 국정원 버스가 도착하자 주변에서 서성이던 참가자 20명 정도가 우르르 몰려와 버스 앞에 일렬로 섰다. 여성 2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20대 대학생 김아무개씨는 "트위터에서 어나너머스가 해킹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국정원에 계속 신고했다"며 "초청행사에 뽑힐 줄 기대 안했는데 우연히 초청됐다,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베 회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국정원 행사에 초청된 사람을 모두 일베로 모는 기사들이 많아 기분이 나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베 회원들이 인터넷에 공개한 국정원의 초청장에는 "북한 대남공작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이 공개된 것과 관련,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에 보답하고자 초청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기술됐다.

"'해마다 하는 안보행사'라면서..." 기자들 취재활동 방해도

2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국정원 안보특강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버스 탑승 모습을 한 기자가 촬영하자 국정원 직원이 기자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 이희훈

행사 참가자 인솔을 맡은 국정원 직원들은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이 참가자 인원 규모 등을 물어도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서울역에 도착한 국정원 버스는 방송기자가 영상카메라로 촬영하자 참가자들을 태우다 말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정상적인 취재활동도 제재하려 했다. 사진 촬영을 하는 기자에게 쫓아가 "사진을 지우라"고 따졌고, 기자가 취재 내용을 수첩에 적으면 "왜 메모하냐, 뭘 메모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해마다 하는 안보 행사'라면 떳떳하게 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취재를 제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서울역·양재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 도착했다. 강연은 오후 4시께 끝났다. 강연을 마치고 나온 참가자 중 일베 회원들은 게시판에 국정원에서 받은 '절대시계', USB 마우스 등의 기념품을 인증 사진으로 올렸다. 또 이들은 초청행사에서 북한이탈주민 출신 영화감독 특강, 안보 관련 뮤지컬 영상 상영, 안보전시관 견학, 사격 훈련 등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열린 안보 강연 때는 당시 강사를 맡은 변희재씨가 "전교조와 박원순 서울시장도 종북이다"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24일 진행된 국가정보원 초청행사와 관련해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라온 인증 게시물

ⓒ 이주영

국정원이 실시하는 안보특강에 극우보수 성향의 인터넷사이트 '일베저장소(일베)' 회원들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역(위)과 양재역(아래)에서 안보특강 참석자들을 태운 버스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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