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老 · 少 · 美·醜 안가리는 성범죄..대한민국은 지금 '性과의 전쟁'

2013. 5.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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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서 고위관료까지..성희롱·성범죄 사건 실태는

성폭력 피해자모든 연령대서 증가추세50~60대 중장년도 타깃미성년자 성폭력범대부분 친척 등 지인장애·중장년 여성손쉬운 범행 대상최근 피해사례 급증권력관계 이용한직장내 성희롱도 증가세

성폭력 피해자가 전(全) 연령대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물론 50~60대 중장년 역시 타깃이 되고 있다. 한편에선 직장 내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희롱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 등 정부 당국이 성범죄자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성폭력 증가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성폭력ㆍ성폭행ㆍ성추행ㆍ성희롱

=성폭력이 늘면서 거론되는 어휘도 다양해져 그 뜻이 헷갈리기 쉽다. 우선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성폭행은 성폭력의 유형 중 하나로 강간ㆍ강간미수를 의미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부녀와 교접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뜻하는데 키스를 하거나 상대의 성기를 만지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성추행과 성희롱은 추행 시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강제력이 사용되는 경우 성추행으로 처벌된다는 점이 다르다.

▶미성년자 성폭력범은 대부분 지인들

=성폭력 발생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새누리당 김한표(거제시)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성폭력 범죄 현황'을 보면,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08년 1만5970건, 2009년 1만7242건, 2010년 2만375건, 2011년 2만1912건, 2012년 2만293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이 가장 많이 늘었다. 20세 이하를 상대로 한 성폭력은 2008년 5718건, 2009년 6198건, 2010년 7364건, 2011년 7898건, 2012년 8808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매년 전체 성폭력 사건에서 35~38%를 차지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은 절반 이상이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한 해 동안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폭력을 저질러 신상 등록 대상이 된 성범죄자 1682명과 피해자 2180명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의 51.7%가 가족ㆍ친지(14.5%)나 이웃(9.1%)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벌어졌다.

지난해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끔찍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 고 씨가 모자를 눌러 쓴 채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장애인ㆍ중장년…성폭력 사각지대

=장애인ㆍ중장년 여성은 성범죄자들의 손쉬운 범행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228건이던 장애인 대상 성폭력은 2012년 656건으로 늘었다. 5년간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장애유형별 성폭력 상담현황을 보면, 장애인 성폭력 상담의 70% 이상이 지적장애 여성이었다.

지난 15일에도 중ㆍ고등학생 4명이 지적장애를 가진 A(19ㆍ여) 씨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경찰에 검거됐다. A 씨와 평소 알고 지내던 B 군 등은 지난해 9~12월 A 씨를 상대로 수차례 집단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희정 서울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 상담부장은 "장애인 대상 성폭력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장애인을 쉽게 생각하는 가해자의 빈약한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항거 능력이 약한 장애인들이 성폭력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50ㆍ60대 중장년 여성의 성폭력 피해도 적지 않다. 경찰청에 따르면 51~60세 중장년 성폭력 피해자는 2008년 610명에서 지난해(잠정집계) 973명으로 60% 가까이 늘었다. 이 증가율은 16~20세 성폭력 피해자 증가율(75.8%)에 이어 두 번째다. 21~30세(50.8%), 31~40세(35.6%), 41~50세(7.5%) 등의 증가율보다 더 높다.

성범죄자들은 중장년 여성이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에 취약하다는 점을 주로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중장년 여성 고객들을 성폭행하고 이를 가족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낸 건강식품 판매사원 C(41) 씨를 구속했다. C 씨는 지난 2009년 12월 54세 여성 고객에게 접근해 성폭행한 뒤, 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2년간 총 1억5000만원을 뺏은 것으로 조사됐다.

▶권력관계 이용한 직장 내 성희롱

=박준 헤어디자이너 사건, 여성 단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해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사건, 그리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 등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수사기관들은 전후관계를 파악해 보면 권력관계를 악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성추행ㆍ성희롱 진정사건백서'에 따르면, 성희롱 진정자는 주로 20대와 평직원이 다수를 차지했다. 직장 문제가 걸려 있는 탓에 피해자의 대응은 무력했다. 여성가족부가 공공기관의 성희롱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93%가 그냥 참고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인사상 불이익이 올까 봐', '해결 가능성이 없어서' 참는다고 답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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