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수 "절친 트랜스젠더 둘 연이어 자살.."

한제희 입력 2013. 5. 24. 06:04 수정 2013. 5.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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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한제희]

하리수(38·본명 이경은)가 뮤지컬 무대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지난달 5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SH아트홀에서 열리는 창작 뮤지컬 '드랙퀸' 무대에 올라 "인종 차별, 성별 차별이 없는 이곳이 좋다"며 노래하고 춤춘다.

'드랙퀸'은 여장을하고 노래·춤 등을 선보이는 남자를 지칭한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2002년 호적상 성별을 여성으로 변경했지만 무대 위에서 남자 목소리로 거침없이 노래를 하는가 하면 "나 같은 여자를 만나는 건 100만 분의 1 확률"이라고 콧대를 세운다. 하리수는 "나는 이미 여자라서 '드랙퀸'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 소수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내 캐릭터를 트랜스젠더로 바꾸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작품에 이렇게 열정을 쏟는 이유는 나를 보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무대에 서게 됐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그동안 활동이 뜸했다.

"중국·일본·말레이시아에서 음반도 내고 영화도 찍었다. 일부러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았다. 편견을 갖고 나를 바라보는 게 싫었다. 말 못할 불평등한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불편한 시선들이 없더라. 그래서 해외 활동에 주력했다."

-지난해 7월 싱글 '쇼핑걸' 이후 1년 만의 국내 복귀다. 다시 돌아온 이유는.

"절친 트랜스젠더 2명이 세상을 떠난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 15년 동안 알고지낸 친구와 12년지기 동생이 연이어 자살을 했다. 나에게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늘 응원해주던 이들이었다. 국내 무대를 떠나있었는데 '내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비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나를 보며 희망을 얻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새삼 깨우침을 얻었다."

-국내에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나보다.

"트랜스젠더들의 비난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이 '너 때문에 우리의 존재가 탄로났다'며 원망하더라. 자신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테니 이해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시선들 때문에 회의감이 들어 '활동을 그만 둘까' 생각을 했다. 주변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힘을 냈다. 그래도 내 덕분에 2002년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좋아하는 트랜스젠더들이 많더라."

-상처를 받으면서까지 성소수자들을 위해 앞장서는 이유는 뭔가.

"나도 미친 듯이 아파봤기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은 이럴 것'이란 생각을 갖고 우리를 바라본다. 그런 편견들을 허물고 싶었다. 내가 나서서 도움이 된다면 늘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뮤지컬 '드랙퀸'이 전하는 메시지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거다. 실제로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클럽에서 여장을 한 남자들이 공연을 많이 한다. 그 수입으로 성전환수술을 하기도 하고 낮에는 남자, 밤에는 여장 남자로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의 편견과 가족들로부터 얻은 상처들을 받고 살아가는 모습이 녹아있다.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난 어머니의 따뜻함 속에 격려 받으며 자라 상처를 덜 받은 편이다."

-출연 배우들은 모두 성소수자들인가.

"아니다. 나와 차수빈만 트랜스젠더고 나머지는 일반적 뮤지컬배우들이다. 그래서 내가 몸짓 등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코치해준다."

-고아원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7~8년 전에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에 100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고아원을 세우려면 4명의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가 있어야 된다. 나와 남편은 2008년 장안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관련 공부를 했고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우리와 마음이 맞는 사람 2명을 못 찾아서 고아원 설립이 늦어지고 있다. "

-왜 설립하나.

"2003년 장애인 홍보대사 활동을 하면서 봉사를 시작했다. 말뿐인 홍보대사 보다는 조용히 돕고 싶었다. 요즘 아이를 버리는 부모들의 이야기, 어린이집 폭력 사건 등이 뉴스에 많이 나오지 않나. 그걸 보면 화가 치밀고 마음이 찢어질 것 같더라. 나 같은 사람은 못 나아서 마음 고생인데 그런 축복을 저버리다니….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싶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원하는 성별)을 얻었으니 내가 가진 무언가를 주고 싶다."

-입양 의사를 밝혀왔다. 언제쯤 할 계획인가.

"원래 올 초에 하려했다. 근데 시아버님이 지난 3월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래저래 시기가 안 맞았는데 언제가 됐든 빨리 하고 싶다."

-벌써 결혼 6년차다. 애정표현을 잘 하더라.

"'사랑한다는 말과 뽀뽀를 자주 하는 편이다. 당연히 다툴 때도 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8마리의 대·소변 문제 때문에 티격태격한 적이 있다. 구역을 나눠서 배설물 처리를 하는데 남편이 제때 하지 않더라. 그래서 잔소리를 좀 늘어놨었다.(웃음)"

*드랙퀸(Drag Queen)

영어로 '남자 동성애자' 혹은 '여장 남자'를 뜻한다. 뮤지컬 '드랙퀸'은 클럽 '블랙로즈'의 드랙퀸 쇼걸 4인방의 우여곡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하리수는 '블랙로즈' 사장이자 프로 쇼걸 오마담 역을 맡았다.

한제희 기자 jaehee1205@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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