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리쌍 건물세입자 인터뷰 "리쌍의 잘못 아니다"

박종오 입력 2013. 5. 22. 16:18 수정 2013. 5. 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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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창창' 사장 서윤수씨, "리쌍은 오히려 마음썼다"
환산보증금 3억 기준 제한한 '임대차보호법' 개정돼야
리쌍·서씨 간 명도소송 공판 내달5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이번 일은 현실성 없는 법이 문제이지 리쌍이 잘못한 게 아닙니다. 주변에서도 이런 경우 건물주가 이사비용 정도만 쥐어주는 게 대부분인데 1억원 넘는 보상비를 주겠다는 건 분명 마음을 썼다는 겁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신사동의 가수 리쌍 소유 건물 1층에서 세입자 서윤수(36)씨를 만났다. 하루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임대차보호법 위헌법률심판청구 기자회견 참석 등 장사 외에도 바쁜 일정을 보낸 그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서씨는 시민단체와 함께 여론조성에 나서는 적극적인 대응의 이유가 "여기서 물러나면 수억원대 빚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세입자로서의 절박한 처지 때문"이라고 입을 뗐다.

▲가수 리쌍이 작년 3월 매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536-6번지 소재 건물 전경. 이 건물 1층이 서윤수 씨의 곱창집이다. (사진=박종오 기자)

직장인이었던 서씨의 첫 사업은 2010년 11월 빚과 함께 시작됐다. 신사동 가로수길 소재 4층짜리 건물의 1층 88㎡에 60여석을 갖춘 그의 곱창집 창업비용은 모두 4억 1500만원이었다. 권리금 2억 7500만원과 인테리어비 1억원, 보증금 4000만원이 들어갔다. D건설사에서 5년 간 일하며 그가 모은 6000만원에 친형과 처가에서 빌린 돈을 보태 시작한 장사였다.

"가게를 하기 전까지는 건설회사에서 재개발 업무를 맡아 일하며 어찌 보면 세입자를 내쫓던 입장이었던 제가 거꾸로 이런 입장이 될 줄은 몰랐네요."

서씨가 옛 건물주였던 노모(75)씨 등과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00만원을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바랐던 단 한 가지 조건은 임대 계약기간 '5년'이었다. 그러나 서씨는 그 5년 조건을 계약서에 담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 건물주인이 월세 2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쓰면 임대차보호법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해 그렇게 계약을 맺었다"며 "건물주가 가수 리쌍으로 바뀌고 작년 5월 퇴거 통보를 받고난 뒤에야 법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계약 1년 뒤 옛 건물주가 세금계산서 상의 임대료를 300만원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인 게 결정적인 화근이었다. 서씨의 경우 실질임대료를 적용하면서 법의 보호기준인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기존 2억 4000만원에서 3억 40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관련 법상 환산보증금 3억원(서울 기준) 이상은 보호대상에서 제외돼 계약을 연장할 권리를 잃게 된다.

이미 계약기간이 작년 10월로 종료된 서씨의 화살은 새 건물주 인 가수 리쌍이 아닌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 법을 향했다. 그는 "이번 일은 현실성 없는 법이 문제로 건물을 매입한 리쌍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며 "그나마 1억원 넘는 보상비를 주는 게 어디냐며 주변에서는 그거라도 받고 나가라는 권유가 많다"고 했다. 현재 리쌍 측은 서씨가 다음달까지 이사를 마치는 조건으로 보상비 1억 1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리쌍 측과의 협상이 법적소송으로 비화한 점에 대해서는 서운함을 표했다. 서씨는 "리쌍쪽 대리인 말을 들어보면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사서 임대료 수입 만으로는 수지가 안 맞으니 직접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바닥부터 장사를 시작해 세입자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 그들이 예전 마음을 잊고 건물주 입장만 내세우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리쌍 측은 현재 건물 1·2층 세입자 모두에게 명도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자리에 직접 주점 등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가게 '우장창창'은 지난 2년 간 하루 평균 15시간씩 영업했다. 오후3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6시까지 손님을 받았다. 개업 6개월 만에 아들이 태어났지만 사장인 서씨는 일에만 매달렸다. 가게 문을 연 뒤 매달 500만원 넘게 적자가 났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가 첫 돌을 맞을 즈음이 되면 일주일에 하루는 가족과 꼭 시간을 보내겠노라고 아내와 약속했다. 1년 만에 가게가 흑자로 돌아서 가족과의 약속을 곧 지킬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새 위기가 닥친 셈이다.

"이제서야 겨우 가게가 자리를 잡게 됐는데 여기서 밀려나면 빚만 2억~3억원을 떠안게 됩니다. 권리금을 돌려받겠다는 건 꿈도 꿔본 적 없습니다. 다만 5년 만 이곳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겁니다."

서씨는 "몇 년 전 참사가 벌어진 용산세입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10여년 간 장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차라리 부러운 사람들"이라며 "세입자를 내쫓는 이런 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만 더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게 유일한 바람이라는 서씨와 리쌍 사이 명도소송 결심공판은 다음달 5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위헌법률심판청구 기자회견 (사진제공=토지정의시민연대)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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