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승·제자 18년..부자 같은 남경읍·최재웅

양승준 2013. 5. 2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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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계원예고 시절부터
"재웅이를 보면 옛 내가 떠올라"
"군복 스타일 즐겼던 '호랑이 선생님'"
조승우·오만석도 남경읍에 연기 배워

배우 남경읍(사진 왼쪽)과 최재웅(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선생님~" 서울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명동예술극장. 한 사내가 조심스레 대기실로 들어섰다. 옅은 미소 속에 설렘과 긴장감이 함께 감돌았다. "어, 재웅아. 얼마만이냐." 수염이 인자해 보이는 남경읍(55)이 환하게 웃으며 제자를 반겼다. 은사의 공연장을 찾은 최재웅(34). 데뷔 10년차인 그는 스승 앞에서 수줍은 학생이 됐다. 그에게 그만큼 남경읍은 각별한 존재다. 최재웅은 1995년 계원예고 재학시절부터 남경읍에게 연기를 배웠고 배우의 꿈을 키웠다. 2011년 결혼으로 인생의 새 문을 열 때도 스승은 주례를 서며 길을 밝혔다. "재웅이? 내 앞에서는 열심히 했는데 (조승우·김다현·심정완 등) 동기들과 작당 모의도 많이 한 거 같고. 하하하." "그때 선생님은 학교 오실 때도 군복 같은 거 입고 오셨거든요. 수염도 기르시고 어찌나 자유스러워 뵈던지…." 두 사람은 단층처럼 쌓인 18년 추억을 꺼내 정을 나눴다. 시간이 거꾸로 흐를수록 웃음이 쌓였다. 닮은 얼굴이 꼭 부자(父子)같았다.

-단순한 스승과 제자 사이는 아닌 것 같다. 주례까지 부탁했을 정도면

▲남경읍(이하 남): 재웅이 등 계원예고 16기와는 인연이 깊다. 담임은 아니었지만 내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3년을 가르쳤다. 당시 '돈키호테' 등을 함께 준비한 기억도 생생하다. 몇 달 동안 살 맞대며 준비했으니까. 재웅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랑 비슷하네'란 생각도 했다. 그래서 재웅이를 보면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스타일도 비슷한 것 같고. 아, 이 말은 재웅이가 싫어하려나?

▲최재웅(이하 최): 남 선생님은 달랐다. 함께 땀 흘리며 연습하다 보니 일반 교과목 선생님과는 주고받을 수 없는 친근한 느낌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끼리 '남쌤'이라 불렀다. 그러다 보니 결혼할 때 주례를 어느 분께 부탁할까 생각했을 때 바로 남 선생님이 떠올랐다. 사제지간을 넘어 배우로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선배이기도 하고. 난 남 선생님을 배우로 먼저 봤다. 중학교 2학년 때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였다. 그 공연을 보고 뮤지컬배우의 꿈을 키웠다.

-최재웅은 어떤 제자였나

▲남: 재웅이를 '가스펠'(1996)공연 때부터 눈여겨봤다. 그래서 '돈키호테'에서 재웅이에게 돈키호테 역을 맡겼다. 어려운 배역이지만 잘 소화했다. (조)승우는 그때 산초 역을 했고. 나중에 들어보니 승우가 돈키호테를 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더라(웃음). 하지만 모두 잘해줬다. 고등학생들이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좋은 작품이 나왔다. 청소년연극제에 초청돼 국립극장에서 공연했을 정도였으니까.

배우 남경읍과 최재웅(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가장 기억에 남는 스승의 모습은

▲최: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남 선생님이 학교에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연습하실 때다. 1995년이다. 다른 공연의 연습을 끝내고 승우, 다현이 등과 집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오후 10시쯤이었을거다. 그때 남 선생님이 파아노를 치며 공연 준비하셨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다들 멍하니 바라봤고.

-'호랑이 선생'으로 유명하던데… 크게 혼난 적은 없나

▲최: 연습시간에 늦어 호되게 혼난 적이 있다. 남 선생님은 유독 지각을 싫어하셨다. 시간관리 등을 철저하게 했다. 기본을 중요시하셨다랄까.

-30년 넘게 강단에 섰는데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남: 난 배우의 덕목을 끈기라고 본다. 이외수 선생의 '존버(X나게 버틴다) 정신'이란 말을 좋아한다. 무대 위에서 자유자재로 춤추고 노래 부르며 연기를 하려면 수많은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이를 버티게 하는 게 끈기고 열정이다. 예술에도 기술이 중요하다. 이 기술을 가르칠 때 엄격하게 학생들을 대했던 것 같다. 1983년부터 계원예고, 부산예전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010년 뮤지컬 인생 30주년 공연을 준비하다 생각해보니 나와 인연을 맺은 제자가 4000명 쯤 되더라. 이 중 400여명은 대학로 등에서 공연 관련 일을 하고 있고.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까불지 말자'다. 배우는 인간을 탐구하는 직업이다.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 겸손하고 항상 도전해야 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10년 차 배우로서 스승에게 털어놓고 싶은 고민이 있다면

▲최: 배우로서 날 죽이는 일이다. 20대에는 무조건 내가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면서 내가 죽어줘야 흐름이 사는 게 보일 때가 있다. 이때 욕심을 죽이는 게 힘들더라.

▲남: 연기 자체를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몰입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더 깊이 있는 연기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남자배우는 서른다섯이 넘어야 제맛을 낸다. 군대 다녀오고 사회생활 10년 정도 했을 때다. 힘을 빼야 함을 느끼고 배려도 알게 되는 시기다.

(1시간여의 인터뷰가 끝나자 스승과 제자 사이 벽은 더욱 허물어졌다. "선생님, 아코디언도 직접 연주하세요? 대박." 최재웅이 극장에 붙은 스승의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 연습사진을 보고 말을 붙였다. "16기 반장이 심정완이라고 했나? 언제 자리 한번 만들자고 해." "예, 선생님. 근데 정완이 반장으로 좀 부실해서요, 하하하." 스승과 제자는 웃으며 명동거리로 나섰다. 추억을 반찬 삼아 점심식사를 함께했다.)

양승준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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