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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부산 총회 앞두고 개신교계 분란 심화

입력 : 2013-05-20 18:15:37 수정 : 2013-05-20 18: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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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다원주의 지향 안된다”
한기총, 총회 개최 저지 선언
“원래 계획대로 10월 진행”
한국기독교교회협 강행 입장
한국 개신교계가 10월30일∼11월8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를 앞두고 둘로 쪼개질 지경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WCC 부산총회 개최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반면 개혁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원래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자칫 외국 손님들 앞에서 한국 개신교인끼리 서로 다투는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기총이 WCC 부산총회에 반대하는 건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라는 오랜 의구심 때문이다. 한기총은 개신교만이 유일한 진리이고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본다. 그런데 WCC는 1948년 창설 이래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한기총으로선 WCC가 주관하는 행사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다.

물론 한기총이 처음부터 WCC 부산총회 반대와 저지를 공언한 건 아니다. 한기총은 지난 1월13일 NCCK와 손잡고 ‘WCC 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때만 해도 보수·개혁 두 진영의 타협 속에 행사가 탈없이 열릴 것처럼 보였다.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WCC 부산총회 준비위원장 김삼환 목사, 기독교북한선교회 총재 길자연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왼쪽부터)가 1월13일 ‘WCC 10차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NCCK가 선언문 일부 구절을 문제 삼아 파기를 선언하면서 이날의 합의는 무효가 됐다.
NCCK 제공
그런데 공동선언문 속에 들어간 ‘종교다원주의 배격’이란 문구가 말썽을 일으켰다.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NCCK가 어떻게 이런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합의했을까. NCCK 지도부가 WCC 부산총회의 성황리 개최에만 급급해 저지른 과오였다. 당장 NCCK 내부에서 ‘종교다원주의 배격’이란 항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왜 서명했느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2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WCC 부산총회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에서도 물러났다. 김 목사는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내용이 있어 문서 서명을 취소한다”고 말해 공동선언문 파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한기총은 WCC 부산총회 반대와 저지로 완전히 돌아섰다. 한기총은 11일 부산역광장에서 ‘WCC 부산총회 반대 전국대회’를 열어 NCCK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결국 NCCK가 WCC의 종교다원주의에 동조하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우리는 두 단체를 적(敵)그리스도요 이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신교계의 분란과 파행을 지켜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WCC 부산총회는 정부 예산 약 23억원을 지원하는 공적인 행사인 데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성공적 개최를 당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박상언 연구원은 “이웃 종교를 폄하하고 진리 독점을 주장하는 배타적인 한국 개신교가 문제의 근원”이라며 “한국 개신교는 기독교 신학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교회의 자리는 어디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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