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폄훼 글 파문 보수사이트 '일간베스트' 폐쇄 논란

2013. 5. 1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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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호도 제재" vs "표현 자유 침해"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나.

최근 보수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게시판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폭동"이라는 등의 상식을 벗어난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방조해도 되는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베 폐지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특정 내용의 글 때문에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박도 적지 않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하루 지난 19일에도 인터넷에서는 일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역사 왜곡까지 표현의 자유로 이해해야 하느냐"며 일베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아이디 '@bol****'은 '(일베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면 일본이 우리나라 침략해서 식민지로 만든 것이 축복이라는 발언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15일 자신의 트위터(@patriamea)에 '일베의 활동은 표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섰다.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같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증오범죄로 바로 처벌받았을 것이다. 수사기관은 물론 여야 정치권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베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이유는 최근 일베 회원들이 논란이 되는 행동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가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명단을 공개하자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수집해 게시판에 올렸다. 아이디는 물론 사진과 연락처까지 공개해 큰 파장이 일었다.

최근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알린 재미 한인여성 커뮤니티 '미시 USA'를 일베 회원이 해킹해 인증 글을 올렸다. 연예인 중 일부를 좌파로 지목해 S급과 A급으로 나눠 '좌파 연예인 명단'을 게재한 곳도 일베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는 주장의 경우 심각한 역사 왜곡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역사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난 현실에 놓인 청소년들이 일베에 올라온 왜곡된 주장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는 일베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접속을 차단해야 한다는 청원글 등이 15일부터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반면 일부는 일베에 올라온 글이 도를 넘었다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인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일베를 폐쇄하라는 것은 아직 나오지 않은 발언을 사전에 막는 것"이라며 "발언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좋지만 아예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일베 회원들도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던 진보 진영 등이 반대편의 주장에 대해서는 입을 막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숭실대 박창호 교수(정보사회학)는 "일베를 폐쇄해도 제2, 제3의 '일베'가 생겨날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다양하게 만들고,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하는 등의 방법이 일베의 부작용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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