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죽어 마땅" 막말 테러.. 폄훼 당하는 '5·18 정신'

2013. 5.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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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아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조롱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화'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뜻으로 왜곡해 사용하는 추세도 확산되고 있다.

보수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선 17일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1만6000여건 게시물이 검색됐다. 대부분 '전라디언들의 폭동' '돌아가신 계엄군을 위해 묵념하자' '전땅끄(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폭도들을 밀어 버리셨다' '5·18은 북한 특수부대와 연계된 무장폭동'이란 내용이었다.

조롱에 가까운 게시물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5·18 희생자의 어머니가 아들 시신 앞에서 울고 있는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광주 홈쇼핑 엄청 장사 잘 되네'란 글에는 5·18 희생자들의 관이 일렬로 놓인 사진과 함께 '배달된 홍어들 포장완료된 거 보소'라고 적혀 있었다. '홍어'는 일베 네티즌들이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며 지칭하는 말이다.

고려대에서 열리고 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진전'의 사진들을 일베 회원이 훼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 관계자는 "계엄군의 폭력 진압 사진 등을 전시했는데 16일 전시물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과 '광주민주화운동은 북한이 조정해 일어난 폭동'이란 주장을 담은 사진 10여장이 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일베에 '좌빨천국 고려대 산업화 시전'이란 제목으로 사진전 훼손 인증샷이 올라와 있었다"고 했다.

5·18기념재단 홈페이지의 추모 코너에도 조직적인 악성 글이 계속 올라오는 '사이버 테러'가 발생했다. 재단 관계자는 "얼마 전 홈페이지 추모 코너에 2박3일에 걸쳐 400여명이 접속해 '당신들은 죽어 마땅하다' '5·18은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 폭동'이란 글을 남겼다"며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께 상처가 될까봐 곧바로 삭제했지만 같은 일이 벌어질까 두렵다"고 했다. 재단의 송선태 상임이사는 "역사적으로 평가가 끝난 사건인데 '폭동' 주장이 계속 제기돼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여성 그룹 시크릿의 멤버인 전효성씨는 라디오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됐다. 여기서 '민주화'는 일베 회원들의 은어다. 이들은 '민주화'란 단어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비난하고 언어폭력을 가하는 행위'란 뜻으로 변형해 쓰고 있다. 일베 사이트의 게시글 비추천 버튼의 명칭도 '민주화' 버튼이다.

지난해에도 게임방송 온게임넷 진행자가 리그오브레전드(LOL) 방송 도중 자신의 캐릭터가 적을 물리치자 "이거 민주화인데"라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김씨는 "게이머들이 적을 물리치면 '민주화시켰다'라고 하길래 원래 쓰는 말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수 전효성은 일베 회원이 아니지만 부정적 의미로 '민주화'를 사용했다. 확인해보니 연예계는 물론 청소년층에 '민주화'란 용어가 일베식으로 왜곡돼 쓰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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