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윤창중 성추행의 화살

2013. 5. 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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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무마 은폐 정황·피의자 도피 방조의혹 짙어져 "박 대통령, 사건 직후 알았을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사건을 인지한 당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건의 내용과 윤 전 대변인의 귀국행 비행기 탑승사실을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동안 청와대는 사건 인지 이후 26시간이 지나 대통령에 늑장보고한 것으로 설명해왔던 것과 크게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은폐의혹의 화살이 점차 박근혜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지난 8일(현지 시각), 박근혜 대통령 일행을 태우고 LA로 가던 전용기 안에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으며, 청와대 관계자가 "기내 대책회의 직후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15일자로 보도했다.

'기내 대책회의'는 비행기가 8일 오후 3시 워싱턴 교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지 1시간쯤 뒤 열렸으며, 회의 참석자는 이남기 수석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최영진 주미대사, 정호성·안봉근 제1·2 부속비서관, 전광삼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이었다고 조선은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은 같은날 오후 1시30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때 회의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이날 오전 한국문화원 측이 잡아준 택시를 타고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떠난 사실, 1호기 이륙 직전 미 국무부가 "윤 전 대변인이 수사를 받게 됐다"고 통보해 준 내용 등이 공유됐으며, 참모들은 한국의 법무부로 연락해 민정수석실에는 "윤 대변인이 귀국 비행기에서 내리면 조사하라"고 연락했다고 조선은 썼다. 또한 "기내 대책 회의가 끝난 뒤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연합뉴스

전용기는 8일 오후 5시 45분쯤(현지 시각) LA에 도착해 박 대통령은 오후 7시 20분 교포 만찬 간담회 일정을 치렀다. 서울의 민정수석실은 9일 오후 4시 55분 한국에 도착(LA 시각 9일 0시 55분)한 윤 전 대변인을 조사해 그 결과를 LA의 이남기 수석에게 전달했다고 조선은 전했다.

이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할 보고서 작성을 끝낸 시각이 9일 새벽 2시쯤이었으며, 박 대통령에게 상세한 내용을 대면 보고한 것은 9일 아침 9시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당시 박 대통령은 이 수석과 함께 윤병세 장관도 호출해 불과 1~2분 만에 경질 지시가 떨어졌다고 조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성추행 사건의 전모를 이미 파악한 뒤 조기 귀국했는데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15일 낮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언제 보고됐는냐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라며 "상식적으로 대통령 순방을 수행하는 대변인은 당연히 대통령의 곁에 있어야 하며, 옆에 없으면 당연히 '어디 갔느냐'고 물어본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미 이날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던 윤 전 대변인의 행적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이 비행기 뜨기 전에 이미 언질이 있었을 것"이라며 "(윤 전 대변인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상의는 아니어도 비행기를 타기 전에 이미 보고가 이뤄졌을 것으로 본다. 최소한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연합뉴스

이 의원은 "청와대의 보고 시스템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건이 대통령에 보고됐다고 봐야지, '26시간 늑장 보고'설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서 거짓말을 한 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결국 대통령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다 성추행 피의자를 도피하는데 대통령이 묵인 방조한 것이라는 의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전광삼 선임행정관 등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으며,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이 없었다.

이와 함께 13일 미주 한인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에 올라온 '주미대사관 한국문화원의 거짓말'이라는 글을 보면, 피해 여성 인턴이 7일 밤 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과 술을 마신 뒤 한국문화원 직원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려, 그 직원은 다시 서기관에게 보고했는데도 해당 서기관은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덮으라'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적혀있다. 최초 보고는 7일 밤에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글은 피해여성 주변인물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병구 미국 워싱턴 한국문화원장은 언론에 사건을 최초 보고받은 시점이 8일 아침이었으며 보고받은 뒤 진상 파악을 위해 바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함께 피해 여성 방에 찾아가 10분 간 당시 사건에 대한 진술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초 보고 시점이 상이한 점도 뭔가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미시USA 글에 대해 한국문화원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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