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로비서 단둘이 술.. "너와 나는 잘 어울린다" 상상초월 언행

강병한 기자 입력 2013. 5. 15. 06:02 수정 2013. 5. 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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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성추행'의 전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줄기가 잡히고 있다. 새로운 증언과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베일에 가려진 성추행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단순 성추행을 넘어서는 심각한 성폭력이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한 사람들은 청와대 관계자와 워싱턴 경찰국 사건접수 보고서, 윤 전 대변인 운전기사, '미시 USA' 사이트 등이다. 여기에 13일부터 주미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 관계자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이를 종합하면 현지시간 7일 밤부터 8일 오전까지 벌어진 성추행의 전말이 그려진다.

윤 전 대변인은 7일 오후 9시쯤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 참석한 뒤 인턴과 함께 인근 W호텔 지하 와인 바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오후 9시40분부터 자정 직전까지 이어졌다. 운전기사도 동석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있지는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10시까지 30분 동안 마셨다고 했다.

와인 바는 자정쯤 문을 닫았다. 윤 전 대변인은 호텔 로비로 이동해 10여분 더 술을 마셨다. 이때는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 둘뿐이었다.

W호텔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쥐며 성추행했다. 이 과정에서 "너와 나는 잘 어울린다" "오늘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 "외롭다" 등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에 8일 0시30분쯤 나타났다. 그는 청와대 임시행정실에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새벽 2~4시까지 그의 행적은 안갯속이다.

윤 전 대변인이 새벽 4~5시쯤 호텔로 들어오는 것이 목격됐다. 만취 상태였다. 윤 전 대변인은 자정쯤 피해 여성과 헤어진 후 새벽 6시 사이에 피해 여성에게 4~5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화통화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 여성은 오전 6시쯤 윤 전 대변인의 방으로 호출됐다. 방문이 열렸을 때 윤 전 대변인은 알몸 상태였다. 여성 인턴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일부 언론은 이 당시 윤 전 대변인이 "알몸 상태로 피해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잡아 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조사의 자술서에는 없다"고 부인했다. 알몸 상태에서 언어적 성추행이 저질렀다는 의혹도 있다. 수사에서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피해 여성은 충격을 받고 본인의 방으로 돌아와 울었다. 룸메이트인 문화원 여직원은 여성 인턴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었다. 해당 직원은 즉각 문화원장과 주미 대사관 관계자에게 성추행 사건을 보고했다. 문화원 직원은 상관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격분했다. 그는 즉각 사의를 표명했고, 오전 7시쯤 피해 여성과 함께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다.

문화원장은 피해 여성의 방을 찾아 10여분간 면담했다. 피해 여성은 전날부터 이뤄진 성추행 과정과 윤 전 대변인의 언행을 일부 진술했다. 문화원장은 이후 청와대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린 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다시 피해 여성 방을 찾아갔다. 문화원 직원과 피해 여성은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앞서 행사 참석을 위해 오전 6시50분쯤 호텔을 출발한 윤 전 대변인은 경찰 신고 소식을 접하고, 오전 7시30분쯤 호텔로 돌아왔다. 윤 전 대변인 역시 피해 여성의 방을 찾아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으나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전 8시쯤 호텔을 방문해 피해 여성을 대면 조사했다. 당시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방에 가 있으라고 지시하며 열쇠를 건넸다. 윤 전 대변인은 오후 1시35분 비행기로 미국을 떠났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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