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청와대 조사 때 진술 사실일까.. '그 이상'일 가능성도

강병한 기자 2013. 5. 1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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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에 한 질의 구체적.. 피해 여성의 경찰 진술 바탕으로 했을 수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성추행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지난 11일 해명 기자회견이 거짓으로 드러나고, 그와 주미 한국문화원 측의 무마 시도 등 새로운 사실과 의혹들이 속속 추가되면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 윤 전 대변인의 공직기강팀 진술은 사실일까

윤 전 대변인이 지난 9일 청와대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엉덩이를 만지고, 알몸이었다"고 실토한 점이 드러나면서 기자회견을 포함한 그의 진술은 모두 의심받고 있다. 일부 실토했다는 공직기강팀 진술 역시 '부분적 사실'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 공직기강팀이 윤 전 대변인에게 '피해 여성에게 나는 변태라고 말한 적이 있나' '성관계를 요구했는가' '욕설했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한 부분이 주목된다. 일단 윤 전 대변인은 모두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문제는 이들 질문이 공직기강팀에서 사건 파악을 위해 임의로 만들었다고 보기에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피해 여성의 진술에 근거한 질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이런 내용들은 당초 공개된 워싱턴 경찰의 조사자료엔 없다. 그 점에서 '경범죄'로 적시된 채 알려진 미국 경찰의 조사 내용은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한 13일 경기 김포시 윤 전 대변인의 집 우편함에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들이 꽂혀 있다. | 김문석 기자

■ 30분의 진실은

문제의 지난 7일 밤 1차 성추행 당시 술자리 시간은 30분으로 추정돼 왔다. 윤 전 대변인은 이날 밤 워싱턴 W호텔 지하 바에서 "30분간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 경찰국 사건접수 보고서에는 '사건 발생 시각 오후 9시30분' '사건 종료 시각 오후 10시'로 나온다. 30분은 술자리가 아니라 성추행이 이뤄진 시간을 의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 현지에서 "2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거나 "오후 8시30분~9시 저녁식사를 하고, 둘이 자리를 옮겨 오후 10시까지 또 술을 마셨다"는 증언들이 흘러나오는 부분이 주목된다. 윤 전 대변인과 당시 함께 술을 마신 운전기사 측은 13일 MBC 인터뷰에서 "9시40분쯤 (술자리가) 시작돼 12시 조금 넘을 때까지 와인을 마셨다. 두 병을 마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변인은 술자리에서 "오늘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 "외롭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분 이상 지속적 성추행이 이뤄졌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 2차 '알몸 성추행'의 경위를 둘러싼 의문점

앞으로 규명돼야 할 핵심적 의문은 8일 새벽 5~6시쯤 피해 여성을 윤 전 대변인의 숙소인 페어팩스 호텔로 불러 이뤄진 2차 성추행 의혹 부분이다. "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았다"는 해명은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히 성추행 신고가 8일 아침, 즉 2차 성추행 직후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피해자는 엉덩이를 만진 1차 성추행보다 2차 추행을 더 크게 문제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성추행의 수위도 그 이상일 개연성이 있다. 다만 피해 여성에게 사건을 전해들은 문화원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기 때문에 초기 보고서는 1차·2차 사건을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피해 여성은 그 직후 페어팩스 호텔 행사 본부 사무실로 돌아와 울고 있었다. 이를 본 문화원 직원이 자초지종을 듣고 오전 7~8시 사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추행 신고와 경찰 출동 사이 윤 전 대변인 등이 사건 무마를 시도한 정황이 나온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은 오전 7시쯤 방미 수행 경제인 간담회 참석을 위해 호텔을 출발했다가 30분쯤 지나 돌아왔다. 그는 피해 여성 방을 찾아 화해를 시도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 등도 상황이 심각하단 인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미시 USA'의 한 회원은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때 문화원 원장이 윤 전 대변인과 동행했다고 주장했다.

<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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