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추문' 윤창중, 위탁조사 할 수 있다

박준호 2013. 5.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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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사당국 요청시 한국 경찰이 인터뷰 등 위탁조사 가능성추행은 범죄인인도 대상 포함 안돼…美경찰 한국방문 조사 전례 없어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성추문 사건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향후 어떤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미국 현지 워싱턴DC 경찰국과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 현지 경찰은 지난 8일(현지시각) 주미대사관 인턴인 A(21·여)씨에 대한 성추행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공식 착수했다.

현지 경찰이 작성한 사건기록 보고서에서 윤 전 대변인은 '경범죄(Misdemeanor)'로 입건됐다. 혐의는 '(피해 여성의)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잡았다(GABBED HER BUTTOCKS WITH OUT HER PERMISSION)'고 명시됐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수사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선 우선 '혐의'의 경중을 따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은 강제추행(형법 298조) 또는 업무상위력추행(성폭력특례법 10조①항) 등 두 가지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성폭력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각 주(州)마다 법 조항이 다르기 때문에 성추행 범죄에 대한 현지의 처벌기준이나 수위, 형량 등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윤 전 대변인의 경우 사건 발생장소가 워싱턴DC인 점을 감안할 때 주법 대신 DC연방법(D.C. Criminal Code § 22-3006)이 적용된다.

미국 연방법상 윤 전 대변인은 '경죄 성추행(Misdemeanor sexual abuse)'에 해당하며, 이는 '허락없이 타인과 성적인 행동이나 접촉에 관여한 사람 등은 180일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미국 내에서 성적인 접촉은 학대, 굴욕, 괴롭힘, 비하를 의도하거나 성적인 욕망을 발생시키거나 충족시킬 의도로 옷의 착용 여부와 상관없이 신체 일부인 성기, 항문, 사타구니, 가슴, 안쪽 넓적다리, 엉덩이를 직접 또는 옷 위로 만지는 것을 의미한다.

'속인주의(자국 영역을 불문하고 자국민에게 자국 법을 적용)' 원칙에 따라 한국 수사당국이 윤 전 대변인을 수사하기 위해선 피해여성이 윤 전 대변인을 직접 고소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는 다음달 19일 전까지는 친고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속지주의(자국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자국 형법을 적용)' 원칙에 따라 미국 수사당국이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 윤 전 대변인의 수사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한국 사법당국이 윤 전 대변인을 구속해 미국 수사기관에 인계하는 방안이다.

한미 범죄인인도조약 제2조(인도대상범죄)에 따르면 인도대상범죄는 인도청구시 양 체약당사국의 법률에 의해 1년 이상의 자유형 또는 그 이상의 중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경죄 성추행은 6개월 이하의 자유형에 해당해 사실상 범죄인 인도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 제도는 사실상 효력이 없다.

또 인도청구를 위해 구금영장, 증거확보가 필요하고 미국은 통상 기소 후 인도요청을 하는 관행을 비춰볼 때 조만간 인도청구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그렇다고 윤 전 대변인을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국간 형사·사법 공조에 따라 미 수사당국의 위탁 조사나 미국 경찰의 한국 현지 조사는 가능하다.

다만 미국 경찰이 한국 정부의 협조를 얻어 국내에서 직접 수사한 전례는 없어 양국 모두 부담이 따른다.

대신 한국측 사법당국이 미 수사당국의 요청으로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증언이나 진술을 받는 '위탁조사'를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범죄인인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부담을 덜 수 있고, 윤 전 대변인 역시 자진출국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수사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어 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미국 측 수사기관으로부터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받으면 한국 수사당국이 이를 대행해 인터뷰 결과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측 수사당국에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사법권이 없어 정식 조사라기보다는 인터뷰 형식이지만 실질적인 면에서는 '위탁조사'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있어 가장 수월한 방법은 윤 전 대변인이 자진출국해 미국 현지 경찰로부터 직접 조사를 받는 것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자진출국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이 이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없다.

양국간 형사·사법 공조에 따라 한국측 사법당국이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위탁수사를 할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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