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피해자에 국가배상 확정(종합)
피해 여성들의 기본권 침해 인정…1인당 150만원 위자료 지급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한지훈 기자 =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유치장에 수용되면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은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9일 "유치장 입감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다"며 김모(31)씨 등 여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각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은 행정조직 내부의 명령에 불과할 뿐 법규로 볼 수 없고, 그 규칙에 따른 처분이라고 해서 당연히 적법한 것은 아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내 여성 수용자도 브래지어 소지가 허용되는데 경찰서 유치장에서 다른 처우를 할 이유가 없는 점, 다른 수단을 강구하지 않은 채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을 들어 원고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보고 위자료 지급을 판결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김씨 등은 2008년 8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유치장에 수용됐다.
신체검사 직후 경찰은 유치 및 호송규칙에 따라 자살이나 자해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브래지어를 벗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결국 피해자들은 브래지어를 벗은 채 유치장에서 생활했다.
이들 여성 4명은 "브래지어를 입지 않고 조사에 응하면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며 각자 600만원씩 모두 2천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국가가 원고 4명에게 각각 위자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은 원심 결과를 그대로 확정했다.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탈의 조치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최종 확인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관행의 이름으로 유지되어 온 국가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 깨끗하게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경찰은 불법적인 유치장 브래지어 탈의 관행을 중단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과 '유치장 업무편람'을 즉시 개정하는 등 재발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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