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로 잡았다더니.. 무고한 시민 잡은 경찰

손현성기자 2013. 5. 9.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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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검거한 성폭행 피의자 사건 5일전 인근에 혈흔 남겨 누명검찰 보강 수사로 풀려나 DNA 의존 수사에 '경종'

6년 전 성폭행 사건의 범행현장 인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이유로 피의자로 몰렸던 한 40대 남성이 검찰 수사로 옥살이를 면하게 됐다. 경찰이 피해자 조사 등 정밀한 수사를 하지 않고 현장에서 채취된 DNA만 믿고 시민을 성폭행범으로 몰아간 것이다. 이 사건은 DNA 확인을 통해 검거사례로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 2월 폭력사건에 연루된 이모(44)씨를 조사하던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씨의 구강세포 DNA를 대조하던 중 6년 전 성폭행 미수사건 당시 채취한 것과 일치한다는 분석결과를 얻었다. 2007년 8월 24일 당시 서울 강동구 암사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범행현장 옆 건물 벽에서 발견한 혈흔에서 DNA를 채취, 보관해왔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이씨를 성폭행 미수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만취해 마트앞 아이스크림 통을 주먹으로 치다 유리에 찔려 피를 흘렸던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년 전 사건 이후 주거지를 옮긴 피해여성 A(당시 24세)씨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던 경찰은 피해자 조사는 하지 않은 채 지난달 25일 성폭행 미수와 상해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 받은 서울 동부지검 형사4부(부장 김충우)는 수소문 끝에 피해여성인 A씨를 찾아 조사하면서 사건이 급반전됐다. A씨가 검찰 조사에서 사건 당시 범인이 피를 흘리지 않았다고 진술해 범행 현장 인근의 혈흔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또 이씨를 포함, 다수의 사람들을 지목해 진행한 복수면접의 범인식별절차에서 A씨는 이씨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 이씨가 진범이 아닌 게 확실해진 것이다.

이에 당시 이씨의 알리바이 조사에 나선 검찰은 119 신고내역과 병원진료 기록 등을 뒤진 끝에 이씨가 실제 사건 발생 5일 전 혈흔이 발견된 곳에서 119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 사실을 확인, 이씨를 지난 2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도 병원기록 등을 확인했지만 피해자 조사가 없었던 게 사건을 잘못 처리하게 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동경찰서는 보도자료에서 "피해자를 찾을 수 없어 당시 범인을 목격한 피해자의 언니로부터 피의자 사진을 보여주며 '이씨가 범인이 맞는 것 같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이씨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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