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차별금지법 논란]동성애 문제 놓고 목소리 다른 개신교계

2013. 4. 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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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섬돌향린교회·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법 제정 찬성… 한기총 여전히 '반대' NCCK는 '입장 유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중심으로 한 주류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은 국회에 올라온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도 낙선운동을 거론하며 반대운동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차별금지법상 '차별의 범위'에 '성적 지향'과 '임신 또는 출산 여부'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주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청소년의 임신·출산을 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주도로 추진됐다가 폐기된 바 있다. 당시에도 주류 개신교계는 보수단체 및 재계와 함께 법안 반대의 선봉이었다. 결국 정부는 보수단체·한기총·재계 등의 압력에 굴복해 '차별의 범위'에서 성적 지향, 언어, 학력 등을 삭제했다. 하지만 한국기독교협의회(NCCK)는 성명을 내고 "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과 불신을 다시 확인하는 것" "지금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교회의 선교 사명임을 확신한다"며 차별금지법 원안 통과를 주장했다. NCCK는 한기총과 마찬가지로 기독교 교단 연합체지만, 사회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온 진보적 기독교 단체로 평가되고 있다.

4월 22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

2007년 차별금지법 논란에서 한기총과 각을 세웠던 NCCK는 2013년 차별금지법 논란에서는 좀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NCCK 홍보실의 강석훈 목사는 4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람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의 기본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민감한 문제를 입법할 때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NCCK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4월 26일 현재까지 NCCK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NCCK "취지 공감하지만 입법 세심해야"

하지만 개신교 내부에서도 차별금지법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진 않다. 기독교 사회참여의 대표격인 향린교회에서 분가해 나온 섬돌향린교회의 임보라 목사는 4월 9일 개혁적 기독교언론인 < 뉴스엔조이 > 를 통해 차별금지법 찬성 주장을 폈다. 임 목사는 주류 보수 기독교계가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와도 맥을 같이한다"며 "저들은 혐오와 폭력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용되는 건전한 비판'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류 개신교에 비판적인 단체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도 기독교언론 CBS를 통해 "차별금지법은 하나님이 부여한 인간의 권리를 법률이 존중해주자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의 기본 취지마저 한국교회가 반대하는 것은 이웃을 돌봐야 하는 기독교의 사명을 저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교계 인사들은 4월 2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고 육우당 10주기 추모기도회'에서 교계의 동성애 배척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섬돌향린교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등 12개 단체와 교회 및 302명의 기독인들은 "예수님은 언제나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 계셨다"며 "아직도 성경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이름으로 차별과 폭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계 일부의 차별금지법 찬성 논리에 대해 주류 기독교계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한기총 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김규호 선민네트워크 대표(목사)는 "성경에 대한 해석은 교단과 교파마다 차이가 난다. 그것은 각자 존중되어야 한다"며 교계 내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 차별하는 것 종교자세 아니다"

다만 김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현재 발의된 대로 실시될 경우 '설교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종교는 몰라도 기독교 성경에는 동성애 금지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설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럴 경우 차별금지법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법안의 기본 취지는 존중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는 것과 종교의 표현의 자유가 같이 보장되는 식으로 법이 제정되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부 정치권에서 큰 고민 없이 무리하게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분열을 조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보라 목사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는 미국 교단에서도 동성애를 허용하는 교단이 늘어나고 있다. 동성애가 허용된 주에서는 목사가 동성애자들의 결혼식에 직접 주례를 선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해외 교단에서는 동성애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논쟁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앞장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NCCK를 비롯한 진보 기독교 단체에서도 차별금지법을 명시적으로 찬성하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차별금지법 찬성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 인사가 제한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2007년 차별금지법 논란 때 차별금지법에 찬성한 사람들이 여러 가지 괴롭힘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표면적으론 차별금지법 제정 목소리가 약해진 것 같지만, 개인 신자나 단체들이 차별금지법 찬성운동에 참여하는 등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주류 개신교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성경의 내용을 설교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하는데.

"성경이 기록된 히브리어나 그리스어까지 따져보면, 동성애를 죄악시한다는 보수 개신교와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또한 성경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동성에 대한 성폭력이지 성적 지향으로서의 동성애 그 자체는 아니다. 일부 보수 개신교에서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경우가 있는데, 성경의 내용도 그걸 기록한 시대와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면 동성애자는 죽여야 하고, 오징어나 장어도 먹지 말아야 한다. 피임도 해서는 안 되고, 교회 건물을 지금처럼 거대하게 지어서도 안 된다."

보수 교단에서는 성적 지향뿐만 아니라 차별금지법에서 '임신과 출산'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기존 교단과 생각이 다른가.

"임신·출산에 대한 차별도 당연히 금지돼야 한다. 보수 기독교에서는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 이외의 성적인 활동을 굉장히 금기시한다. 그래서 10대 여학생들을 데리고 혼전 순결서약을 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보수 교단은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10대들의 임신·출산을 조장한다고 하는데, 청소년의 임신이 확산될 것이 두렵다면 청소년들에게 피임법을 제대로 알려주거나 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임신한 청소년들이 학습권을 부정당하고 학교에서 내쫓기는 일들이 많다. 차별금지법은 청소년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인데 보수 교단에서는 이걸 이해 못하고 있다."

'종북 게이'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정치 지향'에 따른 차별이 종북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홍재철 한기총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보수 기독교가 일관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종북주의'의 타깃은 통합진보당이나 다른 야당 정치인들이다. 본인들은 굉장히 우파적인 정치세력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진보 기독교 단체에서 4대강 반대나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하면 '정치적인 활동'이라고 비판하는데, 모순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왜 본인들은 법안을 자진철회시킬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회 내 의회선교연합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등 '정치활동'을 하고 있나. 한국은 엄연히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나라인데, 자신들 논리대로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움직임일 뿐이다."

<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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