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리개' 민지현, 성상납 여배우로 출연하기까지..①

신소원 기자 2013. 4. 2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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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는 'TV방자전'의 향단이로 최근 얼굴을 알린 배우 민지현(30)이 이번엔 영화 '노리개'를 통해 성상납 여배우 역할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많은 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얼굴인 민지현은 2007년 '달려라 고등어'를 통해 데뷔, 'TV방자전'과 최근 '노란 복수초'의 설수애 역할로 서서히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노리개'는 소중한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이자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영화 '울학교 이티'와 '쌍화점'에서 단역이었던 민지현이 자신의 이름을 또렷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하지만 그러기에 '노리개'는 연예계의 실태를 낱낱이 까발리는 공간이자 조심스러운 행보였다. 용기있는 선택을 한 그녀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역할, 가족들에게 말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주연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첫 작품이건만, 그녀에게 '노리개'는 첫 주연작이자 기존 배우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는 성상납 여배우를 연기를 앞두고 민지현은 "언니와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라고 말한다.

"영화를 주연으로 하는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한다고 말도 잘 안 했어요. 영화 자체가 떠벌리고 다닐 만큼 즐거운 영화가 아니잖아요. 가족들에게도 말을 아끼고 있다가 일단 제 마음에서는 다 결정을 해놓고 가족들에게 통보 식으로 말을 했어요"

부모님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엄마는 'TV 방자전'에서 향단이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당시 4부작으로 나눠있었는데 볼 때마다 울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을 하기에 앞서 걱정도 들었고, 엄마가 연예계는 다 그렇게 어둡다고만 생각할까봐 그 우려도 있었죠. 그런데, 오히려 저는 이 작품을 하고 나서 더 떳떳해진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버티고, 오히려 부모님에게는 '우리 딸이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당당함이 있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잖아요. 영화를 보고 언니가 제게 해준 말은 '난 네가 자랑스러워'였어요"(웃음)

- 언론사 회장과의 충격적인 노출신, "다시는 촬영하고 싶지 않아요"

영화 '노리개'에서는 언론사 사주인 현성봉 회장(기주봉 분)과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여배우 정지희(민지현 분)의 위험한 거래가 충격적인 모습을 통해 공개된다. 짐승처럼 껄껄 울부짖으며 오로지 육체적인 쾌락에 집중하고 있는 현 회장의 추악한 행태는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민지현은 당시 노출 수위에 대해 "오히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가 더 충격적이었어요. 상상하면서 읽으니까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배려를 많이 받으면서 촬영해서, 노출한다는 것보다 오히려 찍는 동안에 룸살롱 안에서 정지희로 있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비참했어요. 그 장면, 다시는 촬영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게 스트레스는 아니었고, 그런 사실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어서 연기적으로는 도움이 됐어요"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최승호 감독이 배우 민지현을 발굴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민지현에게 최승호 감독으로부터 연기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문받은 것이 있냐고 묻자 "거의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이 신이 정말 중요하니까 별 다섯 개, 이런 건 있었죠.(웃음) '제 이름은 정지희예요'라는 대사였어요. 감독님이 제 앞에서 물컵을 들고 진짜 정지희처럼 대사 톤까지 맞춰서 시범 연기까지 보여주셨어요. 그 부분을 잘 표현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더 잘 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긴 해요"

- 故 장자연 사건, 일부러 찾아보지 않은 이유

지난 9일 기자들과 함께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접한 민지현은 당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스크린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녀는 "제가 나온 영화를 그렇게 큰 스크린을 통해 본 것이 처음이었으니까요. 영화 내용 자체도 그렇고, 테이블신도 그렇고 충격이었어요. '아, 저렇게 나왔구나' 싶었고 아쉬운 부분도 많이 보였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 보니 더 잘 하고 싶기도 했죠. 지희를 준비하면서, 모티브가 있는 작품이니까 누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라며 넌지시 故 장자연을 언급했다.

'노리개' 시사회 이후 가진 공식행사에서 "故 장자연 사건을 알고 싶지 않고, 이번 역할을 한다고 해서 굳이 알아보지도 않았다"고 말해 그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이 발언에 대해 민지현은 "그 사건... 진짜 잘 몰라요. 앞으로 연기를 꾸준히 할 거니까, 어두운 면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사건에 대해 유추하는 과정이 정말 불편했거든요. 인터넷만 하려고 하면 그게 계속 떠있고, 온 세상이 그 사람의 사건에 대해 알아내려고 하는데 저는 불쌍히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쪽이었거든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그녀는 "그런데 제가 그 사건에 대해 알려고만 하면 감독님에게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별로 알고 싶지 않았어요. 꼭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만 정지희를 연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러면 저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시 여배우를 흉내 내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제 감정을 사용해서 단지 정지희를 표현하면 되는 거잖아요. 감독님도 제 생각에 동의하셔서 일부러 사건을 말해주지 않았어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현재진행형인 이야기인 연예계 성상납 사건을 다룬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선 민지현은, 영화만큼이나 개인적으로 향후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민지현은 "그랬다면 제가 이 작품을 안 했겠죠"라며 당당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 부담은 전혀 없어요.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서 더 바르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저 스스로도 연기의 중심이 서는 것 같아요"

[사진 = 최지연 기자]

신소원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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