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네가 파는 거라면 뭐든지 살 수 있어

2013. 4. 23.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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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2일 월요일 맑음. 암 어 뒤풀이 마피아. #55 Fastball 'You're an Ocean' (2000년)

[동아일보]

돌짐승들 아니다. 미국의 3인조 록 밴드 패스트볼. 음악에 비해 엄청 과소평가된 그들. 패스트볼 홈페이지

21일 밤 일본 도쿄의 한 식당에 6명의 남자가 찾아왔다. 주로 밤에 활동하며 '짐승돌'로도 불리는 그들은 이날 '돌짐승'들과 맞붙게 된다.

'짐승돌'이란 남성그룹 P를 가리킨다. 난 그들을 작년에도 도쿄에서 만났다. 그때 그들은 1만 석짜리 경기장에서 공연을 마친 뒤 취재기자단의 뒤풀이 자리에 납시어 여기자들의 셀카 공세에 시종 훈훈한 미소로 응했다. 요즘 어떤 아이돌 가수가 기자들 뒤풀이 자리에 오나. 기자단은 그날 꽤 행복했다. 나도 잘생긴 멤버 N에게 셀카 동반 촬영을 요청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난 어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도 게재하지 못한다. 외모 차이가 너무 현격해. 나도 좀 생긴 편인데….

서론이 길었다. 그룹 P의 멤버들을 10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이번엔 5만 석이 넘는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연 그들은 21일 밤 뒤풀이 자리에 합류했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난 지난해 안 좋은 일을 겪은 멤버 N에게 '돌직구' 질문을 던진 터였다. 뒤풀이 자리에서 N이 내 맞은편에 앉자마자 난 거의 강제로 러브샷부터 했다.

우리 테이블 구성원은 별났다. 50명의 남녀 기자가 여러 테이블에 나눠 앉았는데 공교롭게 우리 쪽에는 유독 남자 기자만 6명이었다. 다른 기자들은 우리 식탁을 '군대'라 불렀다. 연예계에서 돌직구 기사 많이 쓰기로 유명한 A 선배, 기사는 젠틀맨처럼 쓰지만 사석에선 마피아 입담을 뿜는 B 선배, 과묵하지만 이따금 날리는 19금 개그가 튀는 C 후배, 그리고 나….

그룹 P는 한 멤버씩 나뉘어 여러 테이블을 차례로 돌았다. 옆 테이블 기자들은 멤버를 우리 쪽으로 떠나보낼 때 '입소 잘하라'고 했고 그 멤버는 거수경례를 하며 우리 테이블로 입영했다. A 선배가 멤버에게 돌직구를 던지면 B 선배는 비꽜다. "그건 그냥 돌이잖아!" 우린 돌짐승이었다.

미국에 '직구'라는 밴드가 있다. 패스트볼 말이다. 이들의 히트곡 '유어 언 오션'(넌 바다야)은 직구처럼 명료하다. 심하게 흥겹다. 노래 속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는 던진다. '네가 파는 거라면 뭐든지 살 수 있어/내 인생에 (어차피) 품질보증이란 없었지.' 그날 밤 도쿄돔에 발광봉의 바다가 들어찼다. 아이돌에 대한 팬의 사랑은 어쩌면 연애 감정, 그 이상일지 모른다. 나도 정말 그들이 좋다. 남성 아이돌 그룹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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