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개' 민지현 "희생양이 된 기분으로 연기" [인터뷰]

여창용 기자 2013. 4. 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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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여창용 기자]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연예계 부조리에 희생되는 한 여배우를 연기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정 사회현상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배우의 마음가짐과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노리개'의 배우 민지현이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티브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리개(감독 최승호, 제작 마운틴픽쳐스)'는 연예계 성상납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추악한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법정드라마다. 민지현은 극중 권력자들의 욕망에 희생된 여배우 정지희 역으로 열연했다.

지난주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이후 개봉을 기다리는 기분이 어땠을까? 민지현은 "아직까지는 개봉에 대한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그날이 돼야 알 것 같다"고 개봉을 기다리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원래는 지난 2월에 개봉 예정이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밀려서 지금까지 왔다"며 "개봉일은 잡고도 걱정이 많았다. 나를 비롯해 감독님과 동료배우들 그리고 모두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영화를 미리 접한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민지현은 "지인들은 고생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내 역할을 보고 안쓰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어머니는 잘 못보셨다고 한다. 동료들은 힘들었을텐데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신다"고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그동안 민지현은 'TV방자전'의 도발적인 향단이와 '노란복수초'에서 순수한 여인을 연기해왔다. 민지현은 "이번 영화도 그렇고 지금까지 평범한 역할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 '방자전'을 할때도 춘향이보다는 향단이를 하고 싶었다"며 "'방자전'에서의 인연이 '노란복수초'가지 이어졌고 결국 이번 영화까지 이어졌다"며 그동안 작품의 출연작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방자전' 당시에는 연기자의 길을 계속 가야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만 할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내가 다른 일을 할때보다 연기를 할때 더 밝아지고 힘이 났다. 결국 가족들이 나를 이해하고 응원을 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리개'는 지난 2009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민지현은 그 사건의 중심에 선 여배우를 연기했다. 자칫 고인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을터.

민지현은 "정지희라는 인물은 영화에서도 나타났지만 자신의 이름을 소중히 하고 스타가 되기보다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어찌보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그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2009년 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민지현은 "나는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라며 "그 사건 뿐만아니라 연예계의 부조리를 그린 영화가 하나 정도면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예계 일이라는 것이 내가 노력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나 결과가 너무 적다. 이해할 수 없는 대우나 횡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캐스팅 제안을 받고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느니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방자전'을 할때도 이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화 속 노출이나 과격한 표현이 여배우게는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민지현은 "나는 노출을 하더라도 저속하지 않게 보일수 있는 자신감으로 영화에 임했다"고 여린 외모와는 다른 당찬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정지희라는 인물은 영화 속에서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 없다는 허탈 그리고 후회와 죄책감 등 감정이 표현된다.

민지현은 "다시 찍고 싶은 장면이 굉장히 많았다"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면서 조금 절제를 했으면 하는 장면도 있었고 더 터져줬으면하는 장면들도 있었다"고 자신의 연기를 평가했다.

이어 "캐스팅 후 일주일만에 촬영에 들어갔는데 촬영하는 동안 정지희라는 인물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며 "원래는 밝은 성격인데 정지희라는 인물 때문에 더 숙연해지고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연기를 하는 민지현을 위해 최승호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노력과 배려에 대해서도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민지현은 "감독님은 내가 촬영장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시면서도 눈을 못마주치셨다. 나에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태프들이 더 배려를 해줬기에 오히려 더 죄송했다"며 "그때는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배려가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아마도 나보다 감독님이 지희의 마음에 더 빠져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리개'에서 관객들에게 분노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바로 언론사 사주에게 정지희가 능욕을 당하는 장면. 이 장면은 노출 수위나 표현 정도를 넘어 관객들에게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전하는 장면이다.

쉽지 않은 이 장면에 대해 민지현은 "그 장면이 수위 자체가 높지는 않았다. 우리 영화는 어떻게 찍어도 야해보이지 않은 영화였다. 그 장면을 보고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장면은 러브신이 아니라 능욕을 당하는 장면이기에 수치스럽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정말 내가 희생양이 됐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당시 촬영에 임했던 기분을 전했다.

또한 "그런 힘든 장면을 찍으면서도 감당이 됐던 것은 스태프들이 나를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라고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 장면 촬영 당시 최소한의 스태프들만이 참여하고, 세팅을 마친 후에는 모두 철수한 것이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이런 배려에도 촬영에 임하는 여배우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터.

민지현은 "누군가가 카메라로 이 장면을 훔쳐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짜 이런 일이 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촬영하면서도 나를 구해줘하는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 희생된 여배우 연기를 하면서 민지현은 어느 정도 그 인물에 동화가 됐을까? 민지현은 "나도 극중 정지희처럼 일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기 때문에 정지희와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지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순간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정지희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이 일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마음이 조금 더 강했다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전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는 "열악한 환경에서 감독님과 스태프들 그리고 동료배우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며 "고생해서 개봉하는만큼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람을 부탁했다,

또한 "이런 일들이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며 "가해자들이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뜻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티브이데일리 여창용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방지영 기자]

노리개| 민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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