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린 "'마의'로 악녀 이미지 벗었다"

2013. 4. 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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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이정민 기자]

MBC 드라마 < 마의 > 에서 조선 최고의 맛집 무교탕반의 주인인 주인옥 역의 배우 최수린이 8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드라마 < 마의 > 에서 그녀만 나오면 소주 한 잔이 당기곤 했다. 한양 최고의 국밥집이라는 무교탕반의 안방마님, 김이 모락모락 국밥이 참 맛깔나 보였기 때문이었다. 입맛을 다시게 한 건 국밥만이 아니었다. 답답한 속을 풀어주는 국밥처럼 배우 최수린이 맡은 주인옥 역시 < 마의 > 에서 감칠맛 나는 유머와 따뜻함을 선사했다.

" < 마의 > , 악녀 이미지를 벗겨준 작품"

드라마는 끝났지만 최수린은 아직도 '마의 앓이' 중이었다. 호흡을 맞춘 배우 이희도, 안상태 등과 연락하면서도 "다들 보고 싶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마의 > 는 최수린에게 일종의 변곡점이었다. 그간 맡아왔던 독하고 표독스러운 여자, 혹은 악녀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 이정민

"이미지가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애드리브를 더 할 걸 그랬어!(웃음) 극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감독님이 끝까지 두고 보며 찍는 스타일이시거든요. 주인옥이 뛰다가 넘어지는 장면도 치마에 걸려 넘어진 건데 그걸 그냥 방송에 쓰시더라고요.

주인옥이란 캐릭터가 좋았어요. 일단 보는 사람이 공감하고, 정감 가는 모습이었으면 했거든요. 너무 표독한 걸 하다 보니까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이번 역할을 통해 코믹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평소 성격이 차분한데 밝은 드라마를 하니까 밝아지더라고요."

방송인으로 데뷔 후 연기 전환 "언니의 영향도 컸다"

ⓒ 이정민

1994년 지상파 방송국의 MC로 데뷔한 최수린은 이후 연기자로 전환했다. 내성적이었던 그녀에게 방송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고, 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로 다가왔다. 평소 배우를 선망했던 최수린은 공백 기간을 가진 뒤, 지금의 진로를 결심했다. 여기엔 친언니이자 동료 배우인 유혜리의 영향도 있었다.

"리포터를 3년 하다가 2년을 쉬었어요. 그리고 드라마로 복귀했죠. 원래 하고 싶은 게 연기였어요. 연기할 때 아이디어도 나오고, 내성적인 제가 달라지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초보 단계였지만 마음은 편하더라고요. 마음속에 가진 것들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좋았어요.

언니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있었겠죠? 언제부터 언니의 연기를 보면서 저 역시 '배우가 내게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구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 제가 연기한다고 했을 때, 언니는 말렸죠. 제 성격이 여성적인 게 큰 이유였는데 지금은 언니가 많이 도와줘요."

두 사람은 연기자 자매로 살아가며 좋은 영향을 주고받았다. < 마의 > 종영 후 최수린은 언니가 출연하는 새 주말극 < 출생의 비밀 > 에 특별출연했다. 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길다면 긴 배우 경력 "한계를 깨면서 무던하게!"

ⓒ 이정민

경력으로만 치면 10년을 훌쩍 넘겼다. 주연에서 조연까지 다양한 역할을 꾸준히 했다. 많은 도전이 있었을 테고 그에 따른 실망도 있었지만 최수린은 "한계를 극복하려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두 번째 작품일 거예요. < 이별 없는 아침 > 이라고 아침 드라마를 했는데 비중도 갑자기 커졌고 대사도 엄청나게 많았죠. 내 능력이 안된다며 속으로 힘들어했고 감독님에게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때 전 NG 왕이었어요.

선우재덕, 송채환 선배와 함께했던 작품인데 그때 그분들이 묵묵히 받쳐주셔서 잘 끝날 수 있었어요. 중간에 선우재덕 선배가 딱 한마디를 하셨어요. '너! 바보지?'라고. 드라마가 끝나고 한참 후 선배들을 방송국에서 다시 뵈었는데, '아직 잘 버티고 있네?'라면서 반겨주시더라고요.

한계에 부딪혀서 그걸 극복하려고 했을 때 기억에 남잖아요. 끝까지 매달려서 해내고 이후 흡족한 반응이 생기면 또 다른 작품을 할 힘이 나더라고요. < 반짝반짝 빛나는 > 도 기억에 남는데 제게 딱 맞는 역할이랄까요. 자꾸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러면 보는 분들도 딱 칭찬해주시더라고요.

ⓒ 이정민

최수린은 깨지고 작아지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작품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그만큼 일을 사랑하고 열정이 있다는 말이다. < 마의 > 역시 최수린에게는 스스로를 예뻐할 수 있게 한 작품이었다. "80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다음 작품에서 아쉬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수린의 힐링법

최수린은 평소 책과 영화를 즐겨본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최근엔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고. 노래도 배우고 발성 연습도 하면서 감정을 표현한다. 승마 등 운동도 시작했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렸다. 그녀의 힐링 비법이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말이 좀 많아져요. 그러면 실수도 잦아지는데 그럴 땐 저 자신을 정비할 타이밍이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의 폭을 넓혀요. 기도하는 시간도 갖고요. 미래를 꿈꾸는 시간, 나이 먹었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러면 막연하게 살지 않거든요. 내 미래가 두렵기보단 기대돼요. 살다 보면 자신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갈 때도 있고 느리게 갈 때도 있는데 느리게 간다고 느껴질 때, 그 시간을 더욱 잘 지내야 하는 거 같아요. 생각의 보폭을 넓힐 수 있는 시기죠."

최수린의 다음 캐릭터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따뜻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보면 웃음이 나는 철없는 캐릭터!" 아마 차기작에선 보폭이 넓어진 그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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