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때문에 산다" 옛말..2013년 대한민국 결혼과 이혼

입력 2013. 4. 5. 11:12 수정 2013. 4.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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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대한민국 결혼과 이혼

황혼이혼 20년새 5배로 급증늦게라도 진정한 행복찾아 제2인생치솟는 집값·높은 사교육비…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도 증가

결혼을 간절히 원해도 사회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결혼에 '골인'하기란 쉽지 않다. 치솟는 집값과 높은 사교육비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다. 이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의 증가를 부추긴다.

고군분투 끝에 결혼을 해도 장애물은 여전하다. 맞벌이 필수시대지만 육아휴직제도를 쓰는 '아버지'는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0년 통계치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었지만 아직 그 수는 소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혼 여성들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마리 토끼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포기하거나 슈퍼우먼이 돼야 하는 등 소위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한다.

어렵사리 아이들을 키워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분위기와 비교해 여전히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에 속한 여성들은 '황혼 이혼'을 선택하고 만다.

다양한 이유로 혼인 건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반면 이혼 건수는 증가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3년 1월 인구 동향' 결과에 따르면 올 1월 혼인 건수는 2만8800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400건(1.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이혼 건수는 9400건으로 전년동월 대비 400건(4.4%) 증가했다. 2013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자발적 미혼' 선택 늘어

=광고홍보 회사에 다니는 A(38ㆍ여) 씨는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들면서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갖춘 데다 회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씨는 전형적인 '골드 미스'다.

그는 "결혼생활을 하는 친구들 보면 직장에서는 업무부담, 집에서는 양육부담에 치여 사는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는 결혼을 일찍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회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자발적 미혼'을 선택하는 청ㆍ장년층의 증가는 통계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40대 중에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2000년 2.8%(남자 3.3%, 여자 2.1%)에서 2010년 7.9%(남자 10.9%, 여자 4.8%)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40대 인구 820만4781명 중에 64만5383명이 미혼인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미혼노인의 급증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인 중 미혼자 수가 2010년 1만6746명에서 2035년 10만1243명으로 6배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또 65세 이후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인구가 2035년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남성(2035년 3만7623명)보다 여성(6만3620명) 미혼노인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높은 이혼율… 한부모가정 증가에 영향

=지난해 우리나라 이혼부부는 11만4300여쌍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이혼인구 중 과반수 이상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이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스레 한부모가정의 증가로 이어진다.

통계청 조사결과 한부모가정은 2009년 155만872가구에서 2010년 159만4624가구, 2011년 163만8537가구, 2012년 167만7415 가구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 전국의 한부모가정은 171만4419가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78.4%인 132만9197가구는 모자가구(어머니와 자녀)로, 나머지 21.6%(38만5222가구)는 부자가구(아버지와 자녀)로 구성돼 있다.

장 연구실장은 "이혼율이 높아지면서 부자가정이나 모자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모자가정의 경우 경제적 빈곤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업주부가 이혼으로 경제활동을 할 경우 비정규직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한부모가정의 생활실태와 복지욕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부모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93만3000~98만9400원, 지출은 101만8800~115만5000원이다. 또 한부모가정의 가계소득액은 전체 평균인 363만1700원의 25%, 소비지출액은 평균인 228만6900원의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 "늦게라도 행복을…" 황혼 이혼의 증가

=부산에 사는 B(64) 씨는 지난 5일 남편 C(66) 씨와 자식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이혼 선언'을 했다. 아내의 갑작스런 이혼 요구에 당황한 C 씨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가자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며 격분,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B 씨는 중상을 입었다. B 씨처럼 황혼에 이르러 이혼을 결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표한 '2012년 한국의 사회동향 자료'에 따르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들의 황혼이혼 비율이 1990년 5.2%에서 2011년 24.8%로 5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55~59세에 해당하는 중·장년 여성들의 남편만족도 점수가 5점 만점에 3.5점 정도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재산분할 등 법률적인 분쟁도 함께 늘고 있다"면서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고 설명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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