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남녀 천재 뮤지션, 라이브 맞대결

입력 2013. 3. 26. 03:20 수정 2013. 3. 2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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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봄 긴가민가. 라이브 vs 라이브. #51 Shugo Tokumaru 'Katachi'(2012년)

[동아일보]

이렇게 붙여놓으니 열애설 기사 같다. 잘생긴 도쿠마루(오른쪽)와 함께 찍은 내 사진을 실으려다가… 만다. 슈퍼컬러슈퍼, 파스텔뮤직 제공

지난 주말, 젊은 남녀 천재 뮤지션의 대결이 있었다.

캐나다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그라임스(25)는 토요일에, 일본의 포크 팝 싱어송라이터 도쿠마루 슈고(33)는 일요일에 서울 서교동의 서로 다른 무대에 올랐다. 한날한시 한무대에서 겨루러 온 게 아니라 둘을 경합시킨 건 내 뇌였다.

결론부터 말하자. 내가 판정승을 선언하며 손을 들어올려 준 건 '일(日) 코너'의 도쿠마루다.(삐치지 마, 그라임스. 넌 예쁘잖아.)

그라임스는 일찌감치 대학을 때려치우고 음악에 투신했다. 지난해 낸 앨범 '비전스'로 평단의 극찬을 끌어낸 그의 음악은 수중생활을 하는 오징어 외계인이 케이팝 댄스곡을 흉내 낸 것 마냥 몽환적이고 독특하다.

그러나 그의 무대는 약간 맥 빠졌다. 그의 보컬은 특유의 앵앵거림과 포효를 능란하게 오갔으며 과장된 몸짓으로 전자 장비를 다뤘다. 두어 명의 댄서까지 무대에 올렸지만, 무대 위에서 만들어진 음악이 실시간으로 관객 가슴으로 배달되고 있다는 느낌이 안 왔다.

다음 날 도쿠마루의 공연은 이런 아쉬움을 한방에 날렸다. 100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포크 팝에 섞어내는 천재인데, 얼굴도 나보다 나았다.

무대에 오른 멤버 6명은 멜로디카, 타악기, 토이 피아노, 실로폰을 비롯해 각종 장난감 악기를 쉴 새 없이 바꿔 들며 바쁘게 움직였다. 스위스 시계의 내부처럼 오밀조밀한 편곡과 앙증맞은 악기들의 합은 요정의 숲을 보여주듯 기이하고 풍성한 음악극으로 관객을 이끌었다. 지금 들리는 다층적인 음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설계도 보듯 낱낱이 펼쳐줬다. 펜더 텔레캐스터 특유의 탱글탱글한 원음을 살린 도쿠마루의 박진감 넘치는 기타 연주는 리듬 악기와 톱니처럼 맞물리며 속 시원한 쾌감을 전달했다.

공연 전 만난 도쿠마루는 수줍음 많은 오타쿠 같았다. 실제로 데뷔 전 그는 집에 틀어박혀 음반과 악기를 수집하는 데 몰두하는 오타쿠에 불과했다. 혼자 재미삼아 녹음한 곡을 친구가 미국 음반사에 건넸다가 계약으로 이어져 2004년 미국에서 먼저 데뷔했다. 싸이처럼 '강제진출'된 거다. 일본어 가사는 문제가 안 됐다. '창의적인 포크 팝의 탄생'이란 평단의 호평이 나왔으니까.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물었다. 그는 지금껏 같은 질문을 던진 음악인 중 가장 싱겁고 꽤 멋진 답을 내놨다. "제가 모으는 음반 컬렉션에 제 앨범 한 장씩 더 꽂아 넣는 게 좋아요. 음… 그게 다예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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