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落馬.. 추천했다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최재혁 기자 2013. 3. 26.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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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공정위장 후보 등 일주일새 4명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人事)가 25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때 '비선(秘線) 인사' '수첩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가 지난달 25일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인사 라인의 보좌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장·차관급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지난 18일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비롯해 지난 일주일 사이 모두 4명이 물러났다. 대부분 청와대나 본인 책임에 해당하는 내용이어서, 여권 전반에서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

◇"총리도 제청권 행사 안 한 듯"

첫째로 드는 의문은 낙마한 후보자들을 과연 누가 추천해왔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답을 못 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공통된 얘기는 "내가 안 했다"는 것이다. 정홍원 총리가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했느냐는 질문에도 대부분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인사판은 박 대통령이 직접 짠 것 같다"며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다른 사람들이 관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특히 장관급은 박 대통령이 대개 단수(單數)로 후보를 낙점한 걸로 안다"며 "후보자에 대한 사전 통보도 대통령 선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이명박 청와대에선 '추천자 실명제'가 이뤄졌다. 보통 인사 검증을 거친 후보 3~4명이 담긴 인사안(人事案)이 대통령에게 올라가고 그 밑에는 추천한 사람 이름도 적힌다는 것이다. MB 청와대 관계자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호남 출신 인사수석이 추천권을 갖고 영남 출신 민정수석이 검증한 뒤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이랬는데도 두 정권에서 인사 사고는 많았다.

◇"검증 몰리면서 허점 노출"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 '검증'이 거의 의미 없는 수준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납세 기록만 제대로 봤어도 임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임명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규모가 방대한 인사를 했다. 차관급 26명, 처장과 외청장 20명 등 수십 명에 이른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밑에서 후보자들을 추려 검증한 뒤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에 검증하는 방식이었다"며 "물리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박 대통령의 인사에 '토'를 달기는 대단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한다. 실제 청와대 모 수석은 한만수 후보자 발표 직후 "경제 민주화에 대한 소신이 확고하다. 재산이 좀 많긴 하지만 부동산은 아니라서 청문회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 계좌나 세금 관련 문제는 몰랐다는 얘기다.

◇靑 "문책 논의된 적 없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논의와 민정수석실의 검증이 뒷받침한다. 인사위는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민정·국정기획·홍보수석 등이 멤버고 김동극 인사팀장과 팀원 5~6명이 실무적으로 보좌한다. 하지만 대개는 허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과 협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인사가 진행됐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검증은 민정수석실 산하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인원은 8명 정도이며 2~3명이 충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도 구성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책임을 질 사람이 모호하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인사 라인을 통째로 문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책임자 문책은 논의된 적이 없고 인사위도 본질적인 활동에 충실하다"고 했다.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검증 인력이 부족하고 국정원 같은 기관의 단편적 정보를 갖고 인사를 하니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며 "중앙인사위를 부활시키거나 청와대 안에 30명 정도의 독립적 인사팀을 구성해야 하고 복수(複數) 추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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