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교회'' '미경연', 꼭꼭 숨었던 박근혜 정부 인맥

이승욱 기자 2013. 3. 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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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이 아니라 '경고성' 인사다."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에서 특정 학맥이 드러나자 정치권에서는 이를 빗대 '성시경' 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성균관대·고시·경기고 출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젊은 층에 인기 많은 가수의 이름을 빗댄 것이 못마땅했던 듯 야권에서는 순서를 거꾸로 해서 '경고성'이라는 다른 신조어로 맞불을 놓았다.

최근 또 다른 조어가 등장할 판이다. 이른바 '사미자' 인맥이 그것. '사랑의교회'와 '미래를 경영하는 연구모임'(미경연)이 박근혜 정부의 숨은 인맥으로 주목되고 있다.

< 시사저널 > 은 박근혜 정부의 인맥 그룹을 분석하던 중 종교계와 경제계의 특정 인맥 그룹이 새 정부의 주요 요직에 발탁된 점을 확인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랑의교회는 등록 성도(신도)가 9만여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소망교회 인맥이 각광을 받았다면 현 정부에선 사랑의교회로 교계 권력이 이동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재벌 2·3세 기업인 등 재계 인사와 관료들이 주축인 미경연은 가히 박근혜 정부 경제부처의 이너서클로 표현해도 될 만큼 막강하다.

서울 서초구 서초4동 1310-16에 위치한 사랑의교회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

허태열·주철기·신제윤 등 사랑의교회 인맥

< 시사저널 > 이 사랑의교회 내부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인사와 새 정부의 핵심 요직을 맡은 인사 중 이 교회를 다니는 신도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인사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본지가 입수한 사랑의교회 사역 명부('2011 섬기는 사람들')에 따르면 허태열 실장은 이 교회 집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부인 서영슬씨 역시 이 교회 권사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랑의교회 신도 중 청와대 핵심 요직에 기용된 인물은 또 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사역장로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 수석의 부인 김 아무개씨도 허 실장의 부인과 마찬가지로 이 교회의 권사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신제윤 전 기획재정부 1차관도 사랑의교회 신자다. 그의 이름은 2011년 사역 명부에는 올라 있지 않지만 부인 이 아무개씨는 사랑의교회 집사다. 신 내정자는 지난 2004년부터 사랑의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가 입수한 신제윤 내정자의 기부금 내역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무려 4500여 만원을 기부했는데, 이 중 상당액은 교회 기부금으로 알려졌다.

사랑의교회에 다니는 여성 신도 중 눈길을 끄는 박 대통령 측근 인사가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과 친박계 핵심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김성주 회장은 사랑의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 있는 여성 기업인인 그는, 지난해 박 대통령 선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선에 공을 세웠다. 향후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될 인물로 꼽힌다. 사랑의교회에 다니는 한 인사는 "김성주 회장은 사석에서 오정현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를 편한 호칭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0년 사랑의교회 신축 부지 허가와 관련한 논란 당시 이혜훈 최고위원은 서초구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조원동·주형환·김형진 등은 미경연 회원

경제 분야에서 숨은 인맥 그룹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분야 파워 그룹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곳이 미경연이다. < 시사저널 > 이 입수한 미경연 회원 명부(2012년 말 작성)를 확인한 결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전 조세연구원장)과 주형환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전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이 새 정부 경제 분야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미경연 회원으로 나타났다. 비(非)경제계 인사이지만 김형진 청와대 외교비서관(전 외교통상부 북미국장)도 미경연 회원으로 명부에 올라 있다. 본지가 확보한 회원 명부에는 들어 있지 않았지만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도 1990년 말부터 이 모임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31쪽 기사 참조).

미경연은 1989년 박희정 두레커뮤니케이션 사장(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 회원 8명이 주도해 창립한 모임이다. 재계 2·3세들과 관료·법조계·언론계 인사들의 공부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미국경제연구회'로 출범했던 미경연 규약에 따르면 '회원 서로의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자발적 참여와 학술적 토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고자 하는 비정치·비사교의 신사 모임'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모임 성격을 두고 다른 해석도 있다. 특히 모임의 주요 멤버가 대기업 오너 2·3세로 재계 인사와 관료들의 사교 모임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경연 회원 명단에는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강신호 전경련 명예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회장의 이름이 나와 있다.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1월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기업 성향의 사교 모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30쪽 상자 기사 참조).

"소망교회·모피아 떠올라"

이처럼 특정 교회 신도와 친기업 성향의 경제 모임 출신이 새 정부 요직을 맡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소망교회 등 특정 교회 출신이 정부 요직을 장악한 전례를 떠올리거나, 경제 정책을 주무르던 관료를 지칭하는 '모피아'의 폐해를 우려하는 것이다.

사랑의교회는 2003년 오정현 담임목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 내·외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교회는 2010년 서울 서초동 1741-1번지 도로 지하 1077.98㎡를 예배당 등 지하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서초구의 도로 점용 허가를 받으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다. 교회 설립자인 고(故)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씨는 지난 2월 선친이 생전에 작성한 교회의 세속화를 비판하는 이메일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옥씨는 최근 < 시사저널 > 과 가진 인터뷰에서 "교회가 갈수록 세속화의 길을 걸으면서 (정치권과 부유층 등) 강한 자와 친해지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권력과 줄을 대고 싶을 때 찾아올 수 있는 교회 정도로 타락해버려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측 "소망교회와 연결, 무리한 주장"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측은 새 정부의 실세 정치인들과 세속화를 연결 짓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만약 교회 신도 중에 새 정부의 요직을 맡는 분이 계시다면 교회 차원에서는 그분들이 나라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할 뿐"이라면서 "사랑의교회 신도들이 정부 요직에 특별히 편중되게 진출한 것도 아닌데 이를 세속화나 권력화와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랑의교회 출신 신도들이 정부 요직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랑의교회 신도도 아닌데 소망교회와 유사한 논란으로 보는 주장은 무리하다. 자칫 기사가 나가 종교계의 갈등이 유발되고 갓 출발한 새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경제 사정기관' 인사 여럿 '미경연' 멤버

'미래를 경영하는 모임'(미경연)이 박근혜 정부 경제 분야 핵심 그룹으로 떠올랐다. 미경연측은 "정치적인 모임이나 경제 권력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모임 성격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 시사저널 > 이 입수한 미경연 회원 명부(2012년 말 작성)를 분석한 결과 전체 회원은 87명으로 이 중 36명(41.4%)은 전·현직 관료다. 이들이 소속된 기관은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뿐 아니라 청와대·건설교통부·교육인적자원부 등 다양하다. 특히 이들 회원의 상당수는 실·국장급 이상 고위직으로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차관급 인사의 경우에도 김응권 교육인적자원부 제1차관(퇴임 예정)과 손건익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 등이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국세청·공정위·감사원·검찰 등 재계를 감시·견제해야 할 이른바 '경제 사정기관'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정기관 핵심부서의 책임자들이다. 또 < 시사저널 > 취재 결과, 이 모임의 정회원으로 활동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2011년 3월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으로 있다가 퇴직한 후 회원이 운영하는 ㅋ사에서 사외이사로 6개월간 재직했다. 단순히 공부 모임이라기보다 이해관계로 얽힌 사모임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기자는 관료 출신의 한 미경연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했지만,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또 다른 회원는 "잠시 후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전화를 하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비관료 출신의 한 회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경연은 경제계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엄선해 만든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라며 "외압을 행사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을 주기 위한 모임은 아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끝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 회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예로 들면서 '미경연은 회원이 정치권으로 갈 경우 탈퇴해야 한다'는 규정 등을 강조했다. 또 다른 회원은 "미경연 회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정부 요직으로 가면 회원과 교류가 끊어지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정부 정책에 미경연 회원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오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계와 연루된 관료들이 함께 모임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정·경 유착을 넘어 관·경 유착의 폐단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면서 "경제 민주화를 표방하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재벌의 로비에 노출되거나 편향되게 흐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기자 / gun@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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