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비? 라이벌?..김용만과 김국진의 얄궂은 '운명'

2013. 3.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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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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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용만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파문으로 방송활동을 중단했다. 푸근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은 만큼 대중이 받은 충격도 상당하다. 그가 진행하고 있던 5개의 프로그램 제작진 역시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이 와중에 MBC < 섹션 TV 연예통신 > 은 12년간 자리를 지킨 '얼굴' 김용만의 부재를 메울 후임으로 방송인 김국진을 낙점했다. 그는 역시 새 MC로 발탁된 배우 소이현과 24일(오늘) 첫 생방송을 진행하게 된다. 김용만과 김국진의 독특한 인연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된 셈이다.

최고의 콤비이자 라이벌이었던 '김국진과 김용만'

사실 김국진과 김용만의 운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나 양 극단의 주기를 반복해 왔다. '감자골 4인방' 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20년 지기 절친이 된 이들은 오랜 시간 콤비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MBC의 간판' 이라는 영예로운 훈장까지 받으며 한국을 들어다 놨다 하는 특급 MC 들로 성장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김국진과 김용만이 함께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다. 완벽한 콤비였지만 또한 치열한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김국진이 앞서나가면 상대적으로 김용만이 뒤쳐지고, 김용만이 멀찍이 나서면 김국진이 제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된 셈이다.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김국진이었다. 그는 1990년대 < 테마게임 > < 일밤 > < 21세기 위원회 > 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박 행진 속에서 "여보세요~?" "밤 새지 마란 말이야!" 등의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당대 최고의 예능 MC로 급부상했다. 김국진이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김용만은 어디까지나 김국진의 '서브 역할' 에만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김국진과 김용만은 '콤비'이면서도 또한 서로를 자극하는 '라이벌'이었던 것이다.

과거 김용만은 공익적 성향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전성기를 맞았다.

ⓒ MBC

몸을 숙이고 있던 김용만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 칭찬합시다 > 부터였다. 특유의 서민적이고 푸근한 이미지를 앞세운 김용만은 김국진과 콤비를 이뤘던 < 칭찬합시다 > 에서 비로소 김국진의 그늘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자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상대적으로 < 칭찬합시다 > 콘셉트에 덜 들어맞았던 김국진이 서서히 서브로 밀려나는 대신, 김국진의 빈 공간은 김용만이 채워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 칭찬합시다 > 와 < 첫차를 타는 사람들 > 의 연속 성공, < 느낌표-책, 책, 책 책을 읽읍시다 > 의 대박 행진, < 브레인 서바이벌 > 신드롬에 힘입어 김용만은 한국의 최고 MC로 그 위상을 굳건히 했다. 김용만이 이렇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김국진은 복귀작 실패, 골프 외도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MBC를 대표하는 절대적 '콤비'였던 그들의 상승세와 하락세가 교차한 것이다. 이후에도 김용만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손대는 것마다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둘 때, 김국진은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10년 만에 뒤바뀐 김국진과 김용만의 운명

그런데 놀랍게도 2007년 김국진이 < 라디오스타 > 로 성공리에 복귀하면서 김국진과 김용만의 주가가 다시 교차되기 시작했다. 김국진은 < 라디오스타 > 와 < 명랑 히어로 > 등에서 집단 MC 체제의 수혜를 받으며 과거 자신이 고수했던 이미지를 털어버리는 동시에 조금은 뻔뻔하고, 희화화 된 캐릭터로 자신의 방어 공간을 마련했다. 즉, 예능 트렌드인 집단 MC 체제를 직접적으로 소화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김국진의 성공적 체제적응은 < 라디오스타 > < 명랑히어로 > 를 넘어서 < 절친노트 > < 남자의 자격 > < 붕어빵 > 으로 이어졌고, 시트콤 < 태희 혜교 지현이 > 등에 출연하며 활동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김구라와 이경규의 장점인 도발적이고 저돌적인 언변을 취하면서도, 예의 사람 좋은 웃음과 쑥스러움을 만면에 드러내 보이는 '김국진 스타일'은 도드라진 캐릭터를 선호하는 현재 예능계 트렌드에 아주 잘 적응한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김국진은 MBC < 황금어장-라디오스타 > 를 통해 집단 MC 체제 적응에 성공했다.

ⓒ MBC

이에 비해 김용만은 < 브레인 서바이벌 > 이 후에 급변하는 예능계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락 가도를 걸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늉에만 그쳤던 < 라인업 > 의 실패, 색다른 리얼을 추구하고자 했던 < 미스터리 특공대 > 의 조기종영, 여운혁 CP의 실험적 리얼쇼였던 < 대망 > 의 참패는 '리얼' 로 상징되는 당시 예능 트렌드에 김용만이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인물인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과거 < 칭찬합시다 > 를 통해 공익 프로그램이 예능 트렌드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채고, 그러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김용만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며 점점 희석되어 버린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던 중 그는 결국 2013년 불법 스포츠도박 파문으로 인해 방송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김국진이 여전히 < 라디오스타 > < 붕어빵 >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2002년과 2003년 김용만이 MBC 방송연예대상을 연속으로 받았을 때, 김국진은 지독한 슬럼프를 겪고 있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재기에 성공한 김국진은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반면 김용만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으며 모든 프로그램에서 낙마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단 10년 만에 김국진과 김용만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사람 좋은 웃음으로 편안한 진행을 선보이던 MC 김용만은 이제 TV에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은 연예인으로서, 그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처절한 반성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 지금 김용만이 해야 할 일은 대중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지독한 자기 성찰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성규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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