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하인드] '연애의 온도' 김민희·이민기 왜 은행원이었나?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평균적인 일반 회사원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10시간씩 최소 5일, 일주일이면 50시간, 1년이면 3600시간을 일한다. 장영(김민희)과 이동희(이민기)는 3년째 1만800시간을 연인과 꼭 붙어있는 셈.
옛말에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거늘…. 이만하니 그들이 왜 치열하게 사랑했다 싸우기를 반복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과 이별을 솔직담백한 시각으로 바라본 영화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 뱅가드 스튜디오 제작). 3년차 커플이자 직장동료 장영과 이동희는 비밀스러운 관계를 직장 동료에게 들키지 않고 잘 유지해온다.
고객의 통장을 복사하기 위해 복사기 앞에 선 두 사람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손을 잡거나 시간차를 두고 퇴근해 비밀리에 접선하는 등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며 사내 연애의 '끝판 왕'을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두 사람의 사이가 원만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일단 한번 싸우기 시작하며 서로의 험담을 직장동료와 나누기에 정신이 없다. "여자가 사이코였데" "양아치 같은 남자를 만났데" 등 소문은 소문을 타고 결국 각자의 귀까지 들어가면서 진흙탕 전투가 시작된다.
노덕 감독은 "사실 영화에서 사내 연애는 특별히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건 '헤어진 다음'이다. 다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뭔가 시빗거리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사내 연애를 키워드로 사용했다.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친구의 이야기 또는 내 이야기처럼 실제 일어난 듯한 리얼함을 주고 싶었던 노 감독은 일부러 만들어낸 듯한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고.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함정을 사내 연애로 위트 있게 풀어냈다.
때마침 은행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은 두 사람이 싸우기 적절한 장소를 만들어줬다. 복수에 눈 먼 두 사람은 의자 바퀴를 빼 놔 고객의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하고 정산할 돈을 슬쩍해 퇴근할 수 없게 만드는 등 치졸하고 지질한 행동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득 물음표가 떠오른다. 하고많은 직업 중에 두 사람은 왜 하필 은행원이었을까?
이에 대해 노 감독은 "은행원이라는 콘셉트에 대해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두 사랑은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어야 했다. 거기에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대게 병원, 검사실 등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곳을 상대로 한 사내 연애는 많이 다뤄졌는데 보편적인 공간의 이야기는 없지 않나 싶었다. 학교도 이미 로맨스 장르에서는 많이 다뤄졌고 기발하고 공감 가는 공간을 찾다 보니 은행까지 오게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웃을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 주무대가 은행을 포함, 여러 가지 공간 중에 동사무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동사무소에서 벌이는 이민기와 김민희의 로맨스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노 감독은 점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되는 은행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이동희, 장영의 사랑과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영화 '연애의 온도' 한 장면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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