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차관, 지검장 시절 윤중천씨 원주 별장서 술잔치"

안준용 기자 2013. 3. 2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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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사업이권 확보 위해 성접대 동영상 촬영, 동원된 여성 "화면 속의 남성은 김 차관" 진술

윤중천(52) 중천산업개발 전 회장이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은 지난달 초순부터 '첩보 수준'으로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주요 로비 대상자들의 이름도 떠돌았다. 김학의 (57) 법무차관을 비롯, 사정 기관 전직 고위관리, 금융계·의료계 인사의 이름도 나돌았다.

첩보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윤 전 회장이 유력 인사들을 초청한 정황과 접대 방식, 성접대 동영상을 어떻게 촬영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까지 흘러나왔다. 동영상을 직접 봤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윤 전 회장과 내연 관계였던 여성 사업가 권모(52)씨가 윤 전 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윤 전 회장을 경찰에 고소한 뒤 해결사를 동원해 빌려 줬던 차를 빼앗아 오는 과정에서 차 속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이 발견됐다는 드라마 같은 얘기가 퍼져나갔다. 유력 인사가 수억원을 주고 동영상을 돌려받았다는 얘기까지 돌면서 시중의 관심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관련자들은 모두 강력히 부인했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

사정 당국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문제의 동영상이 어딘가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18일 경찰이 나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내사에 나섰고 진척은 빨랐다. 경찰은 사건 핵심 관련자인 권씨와 윤 전 회장의 조카, 관련 여성 최씨 등을 불러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20일 "피해 여성들이 김 차관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동영상에 찍혔다고 거론되는 인사는 김 차관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들은 김 차관이 지검장 시절인 2008~2010년 윤 전 회장이 전·현직 고위 공무원과 병원장, 금융계 인사 등 유력 인사들을 별장에 불러 술잔치를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윤 전 회장이 나중에 이권을 확보하고 협박하기 위해 유력인사들이 성접대 받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는 것이다.

윤 전 회장이 김 차관을 어떻게 자기 별장으로 초청할 수 있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윤 전 회장 주변 인물들은 "윤 전 회장이 가장 주력한 것은 인맥 관리"라며 "각계 유력인사는 물론, 군대 동기들을 별장으로 초청해 연회를 여는 등 사람 관리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은 2000년 이후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여 차례 입건됐지만 한 번도 형사처벌된 적이 없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윤씨가 복잡한 고소, 소송 사건에 휘말리면서도 어떻게 다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김 차관 연루를 진술한 사실은 금방 검찰 등 외부에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밤 언론의 확인 요구에 "동영상이 있다는 진술은 받았고, 동영상은 윤씨 조카로부터 제출받은 노트북을 분석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있을 만큼 동영상 품질이 좋지 않아서 추가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격을 걸고 성접대는 안 받았다" "턱도 없는 얘기"라고 부인해왔던 김 차관은 이날 밤늦게 법무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김 차관은 "본인이 성접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를 보도하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접대와 동영상 부분만 부인했고 윤 전 회장과 아는지, 별장에 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전 회장과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는 기존 주장과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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