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하루전 신원조회 요청..청와대 인사시스템 '유명무실'

2013. 3. 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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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황철주 사퇴로 본 박근혜 정부 인사

검증과정 사실상 요식행위 그쳐발표 임박해서 '백지신탁' 알려결국 자진사퇴로 혼선 일으켜"수석들 너무 바빠 명단조차 몰라"청와대 인사위 정상가동도 의문대통령 결정 '통보 심부름' 하기도'비선·밀실·깜깜이 인사' 행태 여전

황철주 중소기업청(중기청)장 내정자의 갑작스런 자진 사퇴로, 박근혜 대통령의 '부실 인사'가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정부 출범 뒤에도 자진 사퇴자 등 낙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박 대통령이 약속한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황 전 내정자는 지명된 지 사흘 만에 사퇴 뜻을 밝힌 18일 기자회견에서 "내정 발표가 났던 금요일(15일) 오후 2시가 임박해서야 청와대로부터 '중기청장에 내정됐다.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외청장 인선 내용을 발표한 시점과 비슷한 시각에 황 전 내정자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검증 역시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황 전 내정자 쪽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인사검증에 필요한 신원조회에 동의해달라는 연락을 발표 하루 전날인 14일에야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행정관 임용을 위한 신원조회도 최소한 보름이 걸리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 검증을 단 하루 만에 끝낸 셈이다. 황 전 내정자가 공직 임용의 기초인 주식백지신탁제도 때문에 임명장을 받기 직전 자진 사퇴한 것은 이렇게 부실한 인선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 여러 인사들이 검증 문턱에 걸려 중도하차했는데도 청와대가 '부실 검증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적인 인사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인수위 때 "인사의 공정성 확보"를 강조하며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한 지금까지도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는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인사위원회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을 주축으로 꾸려졌고, 필요에 따라 유관 수석도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등에서 인사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한 김동극 선임행정관 등 행정관 5~6명이 실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주된 역할은, 인사의 두 축인 추천과 검증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수석들이 너무 바빠서, 차관·외청장 등의 후보자 명단에 누가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김동극 선임행정관 두 사람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수석들이 정부조직법 협상, 국정공백 메우기 등을 비롯한 소관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벅차 인사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인사위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수석들이, 박 대통령이 정한 대로 '통보 심부름'을 하는 데 그친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이정현 정무수석으로부터 발표 전날 오후 5시쯤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뒤에도 '비선·밀실·깜깜이 인사'로 지적받았던 인수위 때와 같이 '수첩' 등 개인적인 자료에 의존해 사람을 낙점하고, 참모들은 그 뜻을 따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다만, 차관들의 경우엔 해당 부처 장관들에게서 3배수로 추천을 받아 박 대통령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봐도 기형적이다. 참여정부 땐 인사 추천 기능과 검증 기능을 각각 청와대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로 분리했고, 청와대에 인사추천회의를 설치했었다. '인사 참사'를 유난히 많이 일으켰던 이명박 정부 때도, 임기 중반엔 인사 추천·검증 기능을 총괄하는 인사기획관직을 신설하고 100가지 검증 질문서를 만드는 등 인사 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을 했었다.

조혜정 권오성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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