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장애인처럼 해봐" 대학생 미팅 '시끌'

2013. 3. 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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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소재 대학 공대 남학생들

여대 특수교육학과 학생들에

'장애인 흉내 자기소개' 시켜

논란 커지자 공대학생회장 사과

서울의 한 사립대 정보통신공학부 남학생들이 서울시내 한 여자대학 특수교육과 학생들과의 미팅에 나가 여학생들에게 장애인 흉내를 내며 자기소개를 하라고 시켜 반인권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페이스북에 한 여대생이 자신의 학과 신입생들이 미팅을 했는데 상대 남학생들이 'JM(장애인 흉내를 내며 하는 자기소개)'을 시켰고 화를 내자 "그게 자기들 문화"라는 태도를 보여 불쾌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 글이 게시된 후 미팅에 참여했던 남학생이 페이스북에 "ㅇㅇ대학 특수학과 애들하고는 미팅하지 마"라며 욕을 올린 뒤 이 두 글이 누리꾼들에 의해 캡쳐돼 일파만파로 퍼졌다.

'JM'은 '장애인 버전 FM'이라 불리는 자기소개 방법으로, 'FM'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매뉴얼로 불린다. 'FM'은 'Field Manual'의 약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군대 용어로 '야전 교범'이란 뜻이다.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FM대로 해라'라는 말은 정석대로 소속과 학번을 힘차게 말하라는 뜻으로 쓰였다.

'FM'은 '인사(안녕하십니까) - 대학교(저는 ㅇㅇ대학교)- 단과대학 ( ㅇㅇ대학) - 학과 (ㅇㅇ학과) - 학번(ㅇㅇ학번) - 이름 - 인사" 순서로 구호에 맞춰 소개하며, 구호와 구호 사이에는 추임새가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형된 방법인 'AM(Adult manual)'이 등장해 성인용으로 섹시하게 자기소개를 하거나 ,'CM(Cute manual)' 귀엽게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JM'은 장애인 버전의 FM이라 불리며 주로 지체장애인을 흉내내며 자기 소개를 하는 방법이다.

미팅사건이 누리꾼들의 입길에 오르면서 상황이 커지자 해당 학교 학과의 학생회장들이 서로 글을 올리며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다.

16일, 해당학교 특수교육과 학생회장 이아무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씨는 "많은 관심 정말 감사드리지만 저희는 더 이상 사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해당 학생에게 사과문을 받기로 하고 미팅에 나갔던 학생들에게는 (해당 학생이) 개별적으로 사과전화를 돌린 상황입니다. 상대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인신공격은 삼가주시기바랍니다. 적은 글, 댓글들도 삭제 부탁드립니다. 개인의 일을 전체로 확대해서 매도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인 것 우리 모두 잘 알고있잖아요!"라고 우려의 마음을 드러냈다. 또 "이번 일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비하에 대해서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끼고 특수교육과 재학중인 학생들 모두 우리 스스로의 모습에는 그런 모습이 없는지 깊게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16일 밤, 남학생들의 해당학교 정보통신대 학생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를 했다. 채아무개 정보통신공학과 학생회장은 "속칭 JM으로 인해 ㅇㅇ여대 특수교육과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작금의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학교 9년간 왔다갔다한 저입니다만, 올해 처음 JM이란걸 알게됐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애증의 대상으로보는 저조차도,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저런건 하지않겠지 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않게 여겼었습니다. 저의 이런 태도가 ㅇ대 특교과분들뿐만 아니라, 장애인권, 이를 넘어서 인권 자체에 대한 대단한 잘못을 불러온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며 "JM이라는 것에 대해, 이를 행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돌연 벌어진 일이라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는 못했습니다만, 지속적인 발생이 되는 경우 동아리면 제명, 조라면 향후 신입생 배정을 막고 없애버리는 등 강력한 제재를 고려중입니다"라고 밝혔다. 또 "'역시 공대생은...'라는 말을 또 들어야하는게 슬프네요. 공대생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인문학적 소양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데 말이지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해당학과 학생회장들의 사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명글을 올렸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선 'JM사건'이 계속 입길에 오르고 있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은 자신의 트위터(@leesongheeil)에서 "요즘 대학가에서 장애인 흉내내며 자기소개하는 것을 "JM"이라고 한다네요. 소개팅할 때 장애인 희화화하는 게 그렇게 즐겁나 보죠? 이게 다 공부만 시키고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무시한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죠 "라고 글을 올렸다. 대학가의 'FM'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bart***은 "내가 10년쯤 전에 FM 자체에 반대한 이유는 1 강제성 2 개인의 소개를 '소속'과 '집단적 차원'으로 귀속시키는 문제 3 '힘차고 빡세고 군기있게' 4 결국 이게 '자기 소개'를 목표로 하는게 아니라 '망가지고 웃기기'가 목표가 됨 등이었다"며 "대학 문화는 갈수록 '보수화'가 아니라 우경화, 꼴통화되어 가고있다"고 글을 올렸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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