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성전환자 성기수술 안해도 성별 전환 첫 허가

입력 2013. 3. 16. 07:40 수정 2013. 3.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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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법원 결정에 성소수자들 "혁명"

성전환자가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기존 성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면 법적으로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은 15일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고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는 등 기존 성 제거 수술은 했으나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한 ㄱ(49)씨 등 성전환자 5명이 '법적인 성별을 남성으로 바꿔달라'며 낸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ㄱ씨 등은 지난해 12월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 성형을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성별 정정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며 성별 정정을 신청했다.

ㄱ씨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10대 때부터 남성 정체성을 당연시해왔다. 1990년부터 유방과 자궁을 절제하는 수술을 잇따라 받고 남성호르몬 요법도 받고 있는 ㄱ씨는 덥수룩한 수염과 굵은 목소리, 다부진 체격을 가졌다. 20여년을 함께 산 아내도 있다. 하지만 성전환 수술의 마지막 단계인 성기 성형수술은 받지 못했다. 수술이 위험하고 재수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비용도 수천만원에 이르는 까닭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남성이지만 그의 주민등록번호는 '2'로 시작된다.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이력서를 요구하는 회사에는 취직할 수 없어 배달일 등 임시직을 전전했다. 병원이나 관공서에서는 신분증을 보여줄 때마다 '본인의 것이 맞냐'고 캐물었다. 투표장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내와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06년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도록 결정한 뒤에도 ㄱ씨와 같은 이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대법원이 이듬해 마련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서 허가 요건으로 '(생물학적 성별과) 반대성으로서의 외부성기'를 갖추도록 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는 변호사·활동가들의 모임인 '성적지향·성별정체성법정책연구회'의 설명을 종합하면, 성전환자 성별 정정의 전제조건으로 성기 성형수술을 요구하는 나라는 일본을 제외하곤 알려진 바가 없다.

성별 정정 신청 수용 소식을 들은 ㄱ씨는 "우리 같은 성소수자들에게는 혁명에 가까운 소식"이라며 "가족관계등록부의 성별을 바꾸고 나면 가장 먼저 아내와 혼인신고를 할 것"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ㄱ씨 등을 대리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이번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대법원 판례나 법률이 없어 관련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지원 박현정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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