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다. 가구 단위 노숙이 늘면서 대공황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밤에 잠을 자기 위해 뉴욕시의 노숙자 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처음으로 하루 평균 5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기 회복으로 감소하던 노숙 가구 수가 지난해 1.4% 증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뉴욕 시민단체인 노숙자연맹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지난 1월 잠을 자기 위해 노숙자 보호시설을 이용한 가구 수는 하루 평균 1만1984 가구에 달했다. 1년 전보다 18% 증가한 것이다. 노숙자 가구가 보호시설에서 보내는 기간도 1987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1년을 넘어섰다.

가구단위 노숙자가 증가하면서 아동 노숙자 수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뉴욕 아동인구의 1%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의 어린이들이 노숙자 보호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한 것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메리 브로스나한 노숙자연맹 대표는 "뉴욕의 노숙자 문제는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뉴욕시의의 노숙자 가구는 2002년 이후 73%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뉴욕뿐 아니라 보스턴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노숙 가구 수가 전년대비 7.8% 증가한 1166가구로 조사됐다. 워싱턴DC 에서도 노숙 가구 수가 2011년에서 2012년 사이 18% 늘었다.

금융위기와 모기지 붕괴로 서민 가구가 집을 잃어버리면서 노숙자 증가 추세가 가속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위기 때 사라진 일자리들이 다시 복구되긴 했지만 과거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보호시설을 떠나는 이들이 월세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제공하던 지원금이 2011년 봄 이후 끊기면서 노숙자 가구 수가 35%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노숙자 가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미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WSJ는 이 같은 수치가 지난 20년간 뉴욕의 경제 발전이 도시의 하층민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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