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군잘했어 이선균·전혜진, 연극 '러브러브러브'

이재훈 2013. 3. 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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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와이프와 하는 것이 좋았어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하하하."

'러브, 러브, 러브'로 데뷔 13년 만에 프로 연극무대에 오르는 영화배우 이선균(38)은 5일 부인인 연극배우 겸 탤런트 전혜진(37)과 함께 출연하는 것에 대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돌이켜 볼 때 앨범처럼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선균·전혜진 부부는 영국의 떠오르는 극작가 마이클 바틀렛(33)의 연극 '러브, 러브, 러브'에 주인공 '케네스'와 '산드라'로 캐스팅됐다. 2010년 초연 뒤 2011년 영국연극상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첫선을 보인다.

"부부로서 부부 역할을 한다는 것이 부담도 있고 시너지도 있죠. 우려되는 부분도 크지만 망설이다가 공연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용기를 냈어요. 선택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무대에 올라가면 떨림이 있겠지만 좋은 설렘으로 무대에 서보려고 해요."

두 아이를 낳고 3년 만에 무대에 다시 서게 된 전혜진은 "저를 찾고 싶은 뭔가가 있었는데 이 친구(이선균)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화를 하다보니까 서로 공허한 부분도 있었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정말 좋은데 다른 뭔가를 함께 하고 싶었어요. 꼭 연극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고요."

연극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가 '올 유 니드 이스 러브(All you need is Love)'를 부르던 1967년에 만나 결혼한 부부의 삶을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담았다. 이·전 부부는 19세 청년부터 42세 중년, 60대 노년까지 폭넓은 나이대를 연기한다.

뮤지컬 '록키호러 픽쳐쇼'로 데뷔한 이선균은 뮤지컬 '그리스'(2003)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출신인 그는 재학 당시 수차례 연극 무대에 오른 바 있으나 상업 무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전혜진은 '올모스트 메인'과 '엄마열전', '쉐이프' 등 10여편의 연극에 나왔다.

두려움과 설렘을 갖고 무대에 오르게 됐다는 이선균은 "예전에는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겁나고 잡념이 들었는데, 재미있게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찰나에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케네스는 옥스퍼드대를 나온 인물로 국가가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다. 이선균은 "각 시대별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고민하는 인물"이라면서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고민하는 부분과 자유분방한 점이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짚었다.

산드라 역시 옥스퍼드를 나와 특유의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는 캐릭터다. 전혜진은 "죽을 때까지 카르페 디엠(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을 외치면서 살아갈 것 같은 매력적인 여자"라면서 "제의가 왔을 때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며 웃었다. "저는 10, 20대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산드라가 고민하는 지점이 비슷했죠. 노년에도 산드라처럼 살았으면 해요."

한살 차이인 두 사람은 다정하면서도 아옹다옹거리는 좋은 친구 같은 모습이다. 이선균은 "서로 견제를 하고 있어요. '나는 애를 보는데 왜 너는 대본을 보냐'고 그러더라고요. 하하하. 대본에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면서 읽으려고 하니까 불을 끄라고 하고. 집에서 연습실 갈 때도 따로 가요. 저는 걸어서, 혜진씨는 차로요. 공연은 참 재미있어요"라고 전했다. 다만 "일상과 공연을 같이 해야 하니 일상의 감정들이 관객에게 영향을 끼치치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기는 하다.

전혜진은 배우 이선균에 대해 "예전에는 (연기를) 즐겼는데 요즘에는 파고들어요. 굉장히 성실하죠"라고 평했다. "자극이 돼죠. 저 정도 위치의 배우들은 어떤 다른 부분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남편으로서는 "훌륭한데, 정말로는 시간이 지나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선균은 전혜진에 대해 "학교 다닐 때 부터 팬이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정말 좋아하는 여배우고, 훌륭한 배우"라면서 "산드라 역은 정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맞는 역"이라고 치켜세웠다.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하고 집에만 있었는데 그러고 있기에는 아까운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이상우 연출님의 공연으로 다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그렇게 됐죠."

연극 '거기' 등으로 유명한 이상우(62) 연출이 '러브, 러브, 러브'를 지휘한다. 두 사람과 이 연출의 인연은 오래됐다. 이 연출이 이끄는 극단 차이무에 속한 전혜진은 "처음으로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선균은 "이상우 선생님은 저한테 장인어른 같은 분"이라면서 "혜진이가 말을 듣는 유일한 분"이라며 웃었다. 저희 학교(한예종) 선생님이기도 한데 제가 졸업을 한 뒤에 오셔서 같이 있지는 못했어요. 후배들을 보면 부러워요."

이 연출은 "차이무에는 밤에 술을 사는 비밀 단원 등 여러 종류의 단원이 많은데, 이선균은 유일한 사위 단원"이라고 화답했다. 이 연극의 번역도 많은 이 연출은 "산드라 역에는 전혜진 배우가 그냥 떠올랐다. 이선균은 전혜진을 캐스팅하면서 낚싯줄에 걸리듯 캐스팅됐다"며 농담을 건넸다. "두 부부를 좀 알아요. 어떻게 싸우는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아니까 작품에서도 케네스와 산드라가 관계나 사랑을 주고 받는 모습을 특별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상적인 궁합이 되지 않을까해요."

이 연출은 결국 제목처럼 사랑에 초점을 맞춰 극을 해석해나가고 있다. "바틀렛이 서른살에 쓴 작품인데 통찰력이 느껴져요. 아무 이야기 없는 것처럼 관조적인데 그런 점이 느껴집니다. 공연을 다 보고 나면, 우리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듯한 연극이에요. 다양한 시대를 관통하는 것은 사랑이죠. 연극은 어차피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것이 아니니까. 배우와 연기가 보이는, 재미있는 연극 그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에요."

최근 19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세계의 작가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연극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그 또래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어요. 숙명론, 운명론이 아니라 관조하는 듯하면서도 사람 사이에서 흐르고 있는 생명 관계를 그리는 게 잘 발달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경향의 작품이라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또 연극은 시대를 구분하는 1, 2, 3막마다 각 분위기와 정서에 맞는 노래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한국 공연에서도 1막에서는 원작처럼 비틀스의 '올 유 니드 이스 러브'를 쓴다.

그러나 원작의 2막과 3막에서 사용되는 영국의 세계적인 얼터너티브 록 밴드 '스톤 로지스'의 '쉬 뱅스 더 드럼스'와 프랑스 출신의 DJ 데이비드 게타(46)의 '섹시 칙'은 편곡하거나 다른 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명동예술극장 관계자는 "스톤로지스와 게타의 경우 한국팬들에게 익숙지 않아 시대적 분위기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다른 팝으로 교체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귀띔했다.

저작권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비틀스의 노래 저작권료는 티켓 매출의 2%를 지급하게 된다.

'러브, 러브, 러브'는 27일부터 4월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볼 수 있다. 산드라·케네스 부부의 딸과 아들인 '로즈'와 '제이미' 역에는 연극배우 노수산나와 노기용이 캐스팅됐다. 케네스의 형 '헨리'는 김훈만이 연기한다. 영화 '타짜' '미쓰 홍당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작곡가이자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 장영규(45)가 음악감독을 맡았다. 2만~5만원.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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