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출산율이 올랐다고? 정말?

김범주 기자 2013. 2. 27. 14: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내기

경제 기사를 쓸 때 통계를 많이 다루게 됩니다. 그런데 통계란 것이, 어디에 관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기사가 됩니다. 어제 다뤘던 기사를 가지고 설명 드리면 쉬울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서 자료를 냈습니다. 3년 연속 아이 출산이 늘었다는 겁니다. 작년에 48만 4천명이 새로 태어나서, 2007년 이후 최대치였습니다. 게다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이 2천년 대 들어서 가장 높은 1.3명을 기록했습니다.

다른 언론들은 앞다퉈 '초 저출산국 탈출 임박'이라는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현상만 놓고 보면 그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갑자기 아이 낳기 좋은 나라가 된 건가? 뭔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경천동지할 정책이라도 나왔던 건가? 그래서 아이 낳기 주저했던 사람들이 '아 이정도면 아이 걱정 없이 낳을 수 있겠다'라고 판단했다는 것인가.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면 출산율이 는 데 대한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낸 설명자료는 "좀 내가 잘해서 그렇게 된 측면이 있지"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몇 가지 바탕이 되는 팩트를 먼저 던졌습니다. 2009년 경제위기로 미뤘던 결혼을 2010년부터 많이 했고, 결혼 하고 평균 1.5년 뒤에 아이를 낳아서 늘어난 것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마지막에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넣었더군요. '출산 친화적 환경 마련을 위한 범정부 출산대책의 일관된 추진' 덕분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이 아이를 낳는 연령대가 30대 초반입니다. 그런데 현재 30대 초반인 79-83년생 여성이 그 전보다 숫자가 더 많습니다. 이 연령대가 3년 전보다 5만 7천명정도 더 늘어났으니, 산모가 그만큼 늘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미뤄뒀던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게 된 것이죠. 그러다보니 숫자가 일시적으로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맞벌이 가구가 전체 가구의 43%나 되는게 현실입니다. 집 얻느라 빚도 많이 졌고, 맞벌이 안 하면 먹고 살기 힘들 정도인 가정이 많습니다. 맞벌이를 하면서 애를 키우려면 비용은 더 들어가는데, 그렇다고 믿고 애 맡길 곳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출산율이 올랐다고, '정부 출산대책의 일관된 추진' 덕분이라뇨. 제 생각엔 이 수치가 '반짝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합계출산율 1.3명이란 이야기는, 45년 동안 이 상태가 유지되면 인구가 반토막 난다는 뜻입니다.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을 때가 아니라는 말이죠. 큰 틀에서 더 한층 세심한 정책을 만들어서 국민들을 안심시킬 땝니다. 통계를 제대로 해석해야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된 취재였습니다.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