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식이 없다.. 막장 '댓글 테러

송옥진기자 손현성기자 입력 2013. 2. 22. 02:41 수정 2013. 2. 2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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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당했으면 영광.. 지하철 참사 통구이.. 위암 마케팅.."온갖 욕설·억지 주장 황당한 글 쏟아내.. 자정 노력·대책 절실

"박씨에게 성폭행 당했으면 영광 아닌가."

탤런트 박시후(35)씨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내용이다. 아래에는 비슷한 류의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지만 이 게시판에서 피해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이건 약과다. 10년 전 대구 지하철참사 희생자를 '통구이'에 빗대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를 말할 가치도 없는 악플러들의 난장판이다.

죄의식은 없다

게시판에서 타인의 죽음은 '고인드립'으로 다뤄진다. '드립'은 영어 '애드리브(즉흥대사)'에서 따온 말이다. 최근 고인드립의 대상은 주로 울랄라세션 리더 고 임윤택씨다. 위암 말기환자였던 임씨에게는 생전 '위암 마케팅' 'immune택(면역 있어 애도 낳고 잘 산다는 조롱 의미)' 따위의 악성 댓글이 따라붙었고 지난 11일 사망 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

'김치X'로 통하는 여성 비하 게시글은 시리즈마냥 사례별로 사진과 함께 올라오며 보통 추천수 수백 건을 기록한다. 여성의 신체부위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단어나 욕설 등도 거리낌없이 통용되고 특정 지역을 깔아뭉개는 게시물이나 댓글도 다반사다. 심지어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일본 음란물에 비유해 '일본 원정녀'로 표현할 정도다.

연예인이건 정치인이건 일단 게시판에 이름이 올라가는 순간 더 이상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 악플러들의 난도질 대상이자 먹잇감일 따름이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악성 댓글을 달며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열등감을 보상받는다"며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성향을 확인하기도 해 누군가를 함께 공격하며 연대감을 느끼는 경향도 있다"고 이들의 심리를 분석했다.

익명성에 기댄 배설구

수십 만 회원을 가진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들에는 어디나 악성 댓글이 달라 붙는다. 실명으로 가입하는 포털사이트 등은 덜한 편이지만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회원이 될 수 있는 사이트는 정도가 심하다. 대표적인 게 디시인사이드나 이 곳에서 약 2년 전 떨어져 나온 일베, 국가정보원 여직원 사건으로 이슈의 중심에 선 오늘의 유머, 티드립 등이다. 이런 곳에서 구글의 지메일(Gmail) 등으로 가입하면 익명성이 보장된다. 외국계 이메일은 국내 압수수색 영장도 통하지 않는 치외법권 메일로 통한다.

이러니 익명성에 기대 온갖 욕설과 성적 비하, 인신공격, 억지 주장을 댓글에 마구 풀어내고 있지만 사실상 통제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자는 "실시간으로 너무 많은 댓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관리권한을 가진 회원 50명으로도 손이 모자라 악플을 일일이 조치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통제방법이 없다

도를 넘은 악성 게시글과 댓글이 판치지만 통제의 손길은 멀다. 정보통신망법은 유통되는 정보가 사생활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면 서비스 제공자가 30일 이내에 조치할 수 있도록 정한 조항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정부차원의 규제도 없고 피해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요청을 하거나 게시자를 찾아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간 몇몇 연예인들이 악플러들을 고발한 사례가 있지만 소소한 게시판이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들까지 모조리 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는 동안 말도 안 되는 막장 글들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확대ㆍ재생산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 공익을 침해하는 것은 용납되기 힘들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테러에 가깝기도 해 자정노력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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