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극 '에이미' 주역 윤소정

최민우 2013. 2. 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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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죽는다니요 그건 허영끼 .. 난 싫어요극중 대사로 질문해본 연기관연극 약해졌지만 사라지진 않아관객과 밀착 못한 건 반성해야죠

윤소정씨는 1962년 TBC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했다. "연극 홍보 된다니깐 인터뷰에 응한 거예요. 사진 크게 내 줄 거죠"라고 선수를 쳤다. "슬픈 표정을 지어 달라"고 하자 30여 초도 안 돼 눈이 그렁그렁해졌고, "밝은 표정이요" 했더니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영락없는 배우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골치 아픈 주제를 흥미롭게 다룰 줄 안다면, 그게 명작 아닐까.

 연극 '에이미'(데이비드 헤어 작, 최용훈 연출)가 그렇다. 무대와 영상, 순수예술과 대중예술, 구세대와 신세대, 창작과 비평이라는, 말만 떠올려도 머리가 지끈한, 쉽게 결론내리기 힘든 문제를 작심하고 파헤친다. 근데 재미있다. 솔직하고 신랄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대변인임을 자청하고 나선 이가 있다. 배우인 장모 에스메와 영화감독 겸 비평가인 사위 도미닉이다. 둘은 '가족 맞아?' 싶을 정도로 살벌한 말싸움을 벌인다. 그게 연극의 중심이다. 특히 연극 속 허영심 가득한 중견 배우 에스메로 분한 윤소정(69)씨의 연기는 "윤소정인지, 에스메인지 헷갈린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자연스럽다는 호평이다.

 그래서 물어봤다. 에스메가 아닌 배우 윤소정의 진짜 생각은 어떠한지. 작품 속 대사를 그대로 살려 연극과 연기와 여배우에 대한 것들을 질문했다.

 -연극의 종말이죠. 쫑 났다고요.

 "연극이 약화되긴 했다. 하지만 사라질 순 없다. TV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 현대사회에서 주도권을 획득한 매체가 된 건 맞다. 하지만 쉽게 얻은 건 그만큼 쉽게 잃는다. 연극 관람은 적지 않은 수고를 지불해야 한다. 티켓을 사야하고,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옷을 차려 입고, 특정 극장에 가야 하고…. 하지만 공을 들인 건 그만한 값어치를 돌려주지 않을까. 때론 불편함이 미덕이다."

 -연극이 자폐적인 데 반해 TV는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담아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고요.

 "TV가 엄마를 대체한다고들 하지 않나. 무얼 먹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려줄 만큼 방송은 일상이 됐다. 관객과 밀착하지 못한다는 점은 오늘날 연극이 뼈아프게 반성할 대목이다."

 -연극의 연기 방식, 커다란 헛간 안에서 모두들 구닥다리처럼 고래고래 소리만 질러대죠.

 "무대 연기가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일면 공감한다. 하지만 꼭 연극의 문제일까. 골프 칠 때도 어깨 힘 들어가면 못 친다. 하수는 어느 분야에나 있다. 에스메가 극중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한다. '시간이 필요해, 내면으로 들어가라고.' 나 역시 어깨 힘 빼고, 자연스럽게 무대 설 수 있게 된 게 예순 즈음부터 였던 거 같다. 작은 소리로도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걸 그때서야 깨달았다."

 -예술만이 고상 한 것처럼 포장하지 마세요. 연극은 그저 자위행위나 하고 있는 겁니다.

 "에스메가 초반에 이런 대사를 한다. '정말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싶어. 소수라도 괜찮아.' 난 아니다. 죽어라 몇개월 고생해 연습하고 텅빈 객석에서 연극하라고? 그럴거면 자기네들끼리 학예회를 하지 왜 관객을 상대로 하는가. 연극 역시 마지막은 관객이다. 연극이 엄청난 예술인 양 폼 잡을 필요도 없고, 무언가 가르치려고 해서도 안된다. 소통은 연극에서도 필수다."

 참 공교롭다. 윤소정씨의 남편은 배우 오현경(77), 딸은 배우 오지혜(45), 사위는 영화감독 이영은(42)이다. 장모-사위 관계는 극중 설정이랑 똑같다. "사위도 3년전 초연때 봤죠. 싸우냐고요? 전혀요. 전 늘 사위편이에요. 그게 결국 딸에게 돌아가는 건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네요."

 -'난 여배우에요, 아무 것도 모른답니다. 서류 주세요. 어디다 서명하면 되는 거죠?'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아가실 거예요?

 "서른살때부터 20여년간 의상실을 했다. 연극만으로 먹고 살 수 없으니깐. 그게 또 삶의 다른 면을 보게 했고, 연기에도 도움을 주었다. 여배우, 물론 신비로와야 한다. 일반인과 다른 면도 필요하다. 하지만 하늘만 날아다녀선, 땅을 짚지 않고선 오래갈 수 없다. 판타지와 현실감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내 인생은 여기 극장에 있어. 막이 오르면 내 인생이 펼쳐지지.

 "무슨 얼어죽을 소리? 연기는 연기고, 일상은 또 일상이다. 무대에서 죽고 싶다는 말, 손발 오그라든다. 그런 허영끼 부릴 나이, 한참 지났다."

 ▶연극 '에이미'=3월1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백수련·이호재·정승길·서은경 등 출연.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공휴일 오후 3시. 2만∼5만원. 1644-2003.

글=최민우 기자 < minwoojoongang.co.kr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민우.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권혁재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shotgu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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