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사건, '왕자님' 판타지가 부서지다

2013. 2. 1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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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동균 기자]

배우 박시후

ⓒ 이정민

박시후가 난데없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22세의 연예인 지망생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박시후를 피소한 것이다. 박시후 측은 정황조사를 끝낸 후, "둘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관계"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어쨌든 상대방이 강간 혐의를 주장하고 있기에 대중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만은 않은 것이다.

박시후는 그동안 각종 드라마에서 매력남을 연기하며 여심을 사로잡았다. 박시후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한 역할들이 대부분 한 여자를 바라보고 그 여자에게 순정을 바치며 신분의 차이도 뛰어넘는 매력적인 왕자님 이미지가 주효했기 때문이었다. 역할과 그 배우가 동일인물은 아니지만 배우는 시청자들에게 판타지를 심어준 만큼 그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숙명이 있다. 박시후의 이미지에 타격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박시후는 < 힐링캠프 > 에 출연해 "7년 동안 연애를 못했다" "술을 잘 못 마신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사이사이 만난 사람들은 있었지만 연애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박시후의 말은 그가 연애에 있어서 신중하고 진중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반전은 의외의 이미지를 선사하며 박시후의 귀여움마저 부각시켰다. 그러나 그런 발언들마저 지금 와서는 오히려 비난의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연애는 못하지만 하룻밤 관계가 아무렇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여성이 만취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관계 역시 결코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의 주장이 100% 사실이라고 단정을 짓기는 힘들지만 박시후라는 브랜드가 더 큰 시점에서 배우가 입는 이미지의 손상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우 박시후

ⓒ 이정민

대중이 '왕자'와 '공주'를 소비하는 방식

이 사태를 지켜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아이유의 스캔들이 떠오른다. 아이유는 자신의 트위터에 슈퍼주니어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잘못 올려, 천당에서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아이유가 했던 발언들, 이를테면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키스도 못해 봤다"는 발언들에 반하는 일이었음은 물론 아이유가 가진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도 심하게 훼손되었다.

그동안 대중들은 아이유의 노래뿐 아니라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었고 아이유 역시 그런 소비심리에 철저히 부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여기에는 아이유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더해 나이 어린 여성이라는 점이 큰 문제가 된 측면이 있었다.

실제로 은혁은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질타와 배신감은 현저히 적었다. 오로지 그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것은 아이유였다. 아이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아이유는 철저히 '순결하고 어린' 이미지여야 했다.

아이유라는 '귀여운 여동생'이 갖는 한계였다. 결국 삼촌들의 공주는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부활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섰다. 아이유는 이제 여동생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성인으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꾀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더 이상 여동생이 아닌 아이유를 대중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빠르게 활동을 재개한 정면 돌파는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되지만 실패했을 때의 추락은 오히려 더 심각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그 이후의 타개책 역시 준비해야 한다.

박시후 역시 이번 일로 이미지 추락은 막을 수 없게 됐다. 그는 애당초 뛰어난 연기력과 개성보다는 이미지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스타였다. 그는 여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해왔으며, 큰 키와 뽀얀 얼굴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로 판타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판타지는 철저히 부서졌다. 다시 그가 매력적인 왕자님을 연기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이 그 모습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이 필요하다.

아마도 박시후가 유죄 판결을 받지 않는 한, 이번 일은 한 번의 스캔들로 끝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인해 박시후는 큰 짐을 지게 되었다. 그가 해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왕자님의 역할을 벗어나 그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고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색다른 모험이다. 그 모험이 성공하지 않는 한, 박시후라는 판타지는 재생되기 힘들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왕자와 공주를 소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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