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아기는 언제" "아범 아침밥은"..'시월드' 무심코 던진 말이 비수로

2013. 2.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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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명절증후군..젊은 주부들에 들어보니

편히 있어라 말해도 시댁은 늘 가시방석옆에서 거드는 남편에 더 섭섭함 느껴명절 후엔 고생한 아내 위해 집안일상대방 배려하는 말 한마디가 청량제

직장 생활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신세대 주부들의 고충은 더 크다. 연휴지만 몸도 마음도 쉴 수 없는 명절, 젊은 주부들의 명절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결혼 2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김수연(29ㆍ가명) 씨는 "결혼 전엔 명절이 이렇게 힘든 시간인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편히 있어라"는 시부모님 말씀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게다가 둘이나 되는 시누이 눈치 보랴, 시부모님께 잘 보이랴 명절에 잠 한 번 편히 자지 못하는 게 며느리의 처지"라고 김 씨는 하소연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지원(31ㆍ가명) 씨는 "명절엔 여성도 쉬고 싶은데 가사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함께 맞벌이를 하면서도 여성에게만 명절 집안일은 의무고, 남성에겐 선택이라는 점이 서러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는데…. "명절 때마다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혹시 무슨 문제가 있냐"라는 시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가 신세대 주부들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명절이면 주방에서 온종일 있는 것보다 비수가 돼 꽂히는말이 가장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한편 주부들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말(言)'이었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가 비수가 돼 꽂힌다. 결혼 3년차 주부이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박수정(34ㆍ가명) 씨는 아직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 하지만 박 씨는 명절 때마다 "아이는 언제 가질 거냐" "무슨 문제가 있냐" 캐묻는 시댁 식구 탓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친정에서는 감싸주는 일도 시댁 식구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김 씨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며 시누이들의 말이 때로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요리 많이 안 해본 거 티 나네"라는 식의 말들이 김 씨에겐 '시집 오기 전에 교육도 제대로 안 받았냐'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또 이럴 때마다 맞장구치는 남편은 "정말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다"고 김 씨는 말했다.

정 씨는 " '요즘엔 세상 많이 좋아졌다'며 시어머니가 시집살이 하던 시절과 비교할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고 토로했다. 또 "남편과 함께 맞벌이를 하며 아침에 똑같이 출근하는데 밥은 잘 챙겨주는지 감시하듯 물을 때마다 시댁이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대학 강사인 조민정(35ㆍ가명)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만 신경 쓰라는 시부모 말씀에 서운하다"고 말했다. 남편이 의사라 경제적으론 풍족하지만 집안일에만 신경 쓰라는 시부모 말씀이 마치 꿈을 버리라는 압박 같아 조 씨에겐 시댁이 늘 가시방석이다.

하지만 주부들이 대단한 도움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명절 스트레스는 사소한 데서 오고 작은 배려로도 풀 수 있다.

정 씨는 "남편이 시댁에 가면 주방 자체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괜히 며느리인 내게 잔소리 돌아갈까 봐 일부러 안 한다고 말하지만 이젠 정말 남녀 가릴 것 없이 함께 일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남편들이 음식 장만에 도움을 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며 "주방일 외에 신경 안 쓰도록 시댁 식구들의 태클을 막아주기만 해도 고맙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막내아들이자 외아들인 남편이 차라리 시댁에서는 병풍처럼 아무 말 안하고 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명절 때 아내가 고생한 만큼 집에 돌아와서는 집안일에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서적인 소외가 더 크다"며 "명절이 끝난 후에 '고맙다, 수고했다'란 따뜻한 말 한 마디, 사소하지만 배려 깊은 행동이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듀오라이프컨설팅 총괄 팀장은 명절 스트레스, 명절 부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충분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소통에서 대화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대화 방식"이라며 "무엇보다도 함께 모인 가족 앞에서 배우자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 부정적 표현은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시어머니나 시누이 등도 모두 여성이라는 입장인데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서로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서로 입장을 배려하는 대화가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건팀/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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