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텔·하록선장, 시간에 대한 궁금증에서 탄생했다

이영희 2013. 2. 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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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주년 맞은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 "현재 세계 만화시장은 디지털 만화 등의 등장으로 새로운 격변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만화가 발달한 한국에서 곧 세계적인 작가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은하철도999'를 탄생시킨 75세의 거장은 아직도 꿈을 이야기했다. 만화가로 데뷔한 지 올해로 60년째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은하철도 999'를 비롯해 '하록선장(일본 제목 : 우주해적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으로 1980년대 한국 어린이들을 매혹시켰던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75).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프랑스 소도시 앙굴렘에서 열린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그를 만났다.

 페스티벌 40주년 기념 특별강연에 초청돼 앙굴렘을 찾은 그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사람들도 내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만화란 인종·국가·종교 등 모든 장벽을 초월하는 인류공통의 예술임을 실감한다"며 감격했다.

 유럽인 틈에서 한국 기자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던 그는 대뜸 고향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북큐슈의 고쿠라에서 자랐는데, 주변에 재일 한국인이 많이 살았어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치마저고리를 입은 친구의 어머니가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찌개를 끓여주셨죠. 매워서 켁켁 대면서도 끝까지 다 먹곤 했는데, 그때 익숙해졌는지 지금도 한국음식을 좋아합니다."

 바다가 있는 시골마을에서 자란 어린 시절은 그의 만화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쟁 중에는 군용기를 목격하기도 했고, 항구에 드나드는 거대한 배들을 보며 '바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했다. 전후 일본에 쏟아져 들어온 미국 만화 '뽀빠이' '미키마우스' 등을 보며 만화가의 꿈을 키운 그는 15살 때 그린 '꿀벌의 모험'이라는 만화가 잡지 '주간소년' 공모전에서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당시 '철완 아톰'을 그린 데쓰카 오사무(手塚治蟲)씨가 심사위원이었는데, '어떻게 15살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냐'고 하셨다고 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도쿄에 수학여행을 갔다가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연재가 결정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쿄로 상경했죠."

 그의 대표작 '은하철도999'는 이 때의 경험에서 나왔다. "고쿠라에서 밤에 출발하는 증기기관차를 탔는데, 흥분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기차 저 편에 어떤 여성이 앉아 있었는데, 그 뒤로 별이 흘러가는 공상을 하기도 했죠."

 그 이미지를 살려 긴 금발에 오렌지색 눈동자를 지닌 신비한 여인 메텔을 그렸다. 77년부터 만화잡지 '소년 킹'에 연재된 이 만화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78~81년 일본 후지TV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인기를 끌게 된다.

 이야기는 소년 호시노 데쓰로(한국명 철이)가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의 몸을 얻기 위해 메텔과 함께 은하기차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어린이용 만화지만 시간과 공간, 인간성 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담고 있어, 현재까지도 수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그의 작품에는 비슷한 캐릭터가 닮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등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팬들은 이런 마쓰모토의 세계관을 '레이지버스(레이지+유니버스)'라고 부르며, 퍼즐을 푸는 데 심취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한 장면. "어릴 적부터 시간이란 일직선으로 흐르는지, 아니면 원처럼 빙글빙글 돌며 반복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시간의 비밀을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보고 싶었죠. 사실 제 모든 작품은 이런 의문이 담긴 거대한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죽기 전에 이를 종합한 완결편을 만들어보는 게 꿈입니다."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올 가을에는 3D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하록 선장'이 개봉할 예정이다. 과학자들과 함께 하록 선장이 탔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를 실물로 구현하는 작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비행시간이 길었는데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다. "지금부터 도쿄에 있는 출판사와 디자인 회사랑 전화로 회의를 해야 해요. 앉아서 며칠 밤을 새울 수 있는 체력이 만화가가 갖춰야 할 기본기죠. 아직은 거뜬합니다."

글·사진= 이영희 기자 < misquickjoongang.co.kr >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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