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방' 정한비 "학원동창 송중기, 번호라도 받아둘걸.." (인터뷰)

조지영 2013. 2. 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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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순두부를 연상케 하는 뽀얀 피부와 동글동글 귀여운 눈, 보는 사람까지 웃게 만드는 해맑은 미소까지. 여배우의 필수조건을 두루 갖춘 신예가 등장했다. 겨울 칼바람에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작고 아담한 체구지만 튼실한 강단과 야무진 패기로 똘똘 뭉친 건강한 정한비(27)다.

지난 3일, 개봉 12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휴먼 코미디 영화 '7번방의 선물'(이환경 감독, 화인웍스 제작)에서 정한비는 7살 어린 예승(갈소원)의 담임선생님을 연기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비주얼로 단번에 눈도장을 쾅 찍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모름지기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는 법. 한 계단씩 천천히 발을 내딛으며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으려는 정한비. 초조하고 급할 법도 하지만 서두르는 법이 없다. 매사에 신중하고 진지하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진정성이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낯이 익는다? 눈도 못 뜨는 갓난아기 같은 배우는 아리라 중고신인이었다.

◆ 신인치곤 늦은 스타트

? 조급하지 않아

2009년 tvN '세 남자'에서 무개념 된장녀 역할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정한비는 KBS2 '천추태후' 일본 TBS 'K프로젝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배우로서 비상을 꿈꿨다. 또 2011년 SBS '신기생뎐'에서 한순덕(김혜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면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당시 김혜선의 젊었을 적 모습과 닮은 얼굴로 눈길을 끌었다.

신인치고는 적지 않는 나이다. 86년 2월 출생인 정한비는 스무 살 초반 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22살의 나이에 연기에 입문한 그는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절대 조급해하지 않다는 게 그의 속내다.

또 "원래부터 배우가 꿈이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었다"고 답했다. 정한비는 "경상북도 포항 출신이다. 솔직히 공부 잘하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들어갔지만 성적이 좋은 편도 아니었고 흥미도 없었다. 당시엔 배우의 길을 생각하지 못하고 무조건 공부만 했다. 그렇게 경기대 중어중문과를 가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운명처럼 연기를 배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동창들도 놀라는 변화를 겪었다는 정한비. 과거 내성적이었고 소심하며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던 그가 지금처럼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변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제2의 인생이 펼쳐졌다.

"22살 때 연기학원에 등록했어요.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지난 후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늦었다고 후회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제게 기회가 온 것만으로도 감사한걸요. 이 정도면 같이 학원에서 공부한 친구 중에서 빠른 편이죠. 물론 (송)중기만큼은 아니지만요(웃음). 이럴 줄 알았다면 연락처라도 받아놓는 건데…."

◆ 3주간 피나는 지휘 연습, 4주째 패닉?

스크린 도전 작인 '7번방의 선물'. 그동안 브라운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정한비. 류승룡, 오달수, 박원상, 정만식, 김정태, 김기천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속에서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자체가 행복했단다.

모든 배우가 촬영이 들어가기 전 합을 맞춰보는 리딩. 그의 캐스팅은 그때 결정됐다고 한다. 가볍게 리딩 한번 해보자는 이환경 감독의 제안이 반가웠지만 그만큼 떨렸다는 후문. '나는 상대배우를 맞춰주는 연습상대다'라며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고.

정한비는 "긴장됐다. 처음 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괴로웠다. 리딩이 끝난 후 회식자리까지 엉겁결에 따라갔지만 합격에 대한 별다른 말이 없더라. '떨어졌구나' 싶어 속상하던 찰라 이 감독이 '다음주에 만나자'고 말하더라. 포기하려던 찰라 찾아온 기회여서 더욱 값지고 기뻤다"고 당시 상황을 곱씹었다.

'7번방의 선물'에서 예승의 담임선생님 역할은 사실 많은 분량이 아니다. 그렇지만 신인 캐릭터치곤 도드라지는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알짜배기다. 그 중 하나가 합창단의 지휘였다.

"영화 속 등장하는 학교는 실제로 이 감독님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예요. 합창단원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교도소에서 합창하는 신을 위해 교감 선생님께 지휘하는 법을 배웠어요. 3주간 정말 열심히 배웠죠. 그런데 이 감독님은 맘에 안 드셨던 거에요. 합창부를 지도하는 선생님께 다시 배웠죠. 완전 패닉이었죠. 하하. 교감 선생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가르쳐 주셨는데 죄송해요. 그래도 중간중간 오케스트라 지휘법도 몰래 넣었어요(웃음)."

◆ '

언제 TV 나오니?'란 물음에 상처받아

태어났을 때부터 스타 인증을 받고 나온 배우는 없다. 물론 운이 좋아 데뷔하는 즉시 뜨는 경우도 있지만 긴 무명의 세월을 겪은 뒤 주목 받는 경우도 많다. 정한비는 후자 쪽에 가까운 편이다

모든 신인배우가 그렇듯 서러운 시절이 왜 없겠나? 또래 친구들은 취업 준비에 들어갈 때쯤 뒤돌아 다시 배움의 길을 택해야 할 때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는 정한비다. 그 역시 신인 배우로서 겪는 성장통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인들이 "너는 왜 드라마에 안 나오니?" "누구는 TV에 나오는데 너는 어떻게 된 거니?" "배우 접고 취업하는 건 어때?" 등과 같은 걱정과 조언을 매번 듣다 보니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여린 가슴에 상처가 되기도 했다는 고백이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파고들다 보니 연기력이 좋아졌고 잘 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 솟았다고 한다.

"조금씩 갈고 닦다 보면 언젠가는 대중이 더 알아봐 주실 거라고 확신해요. 그동안 어떠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방패를 만들어 놔야죠. 진정성 있는 선 굵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관객을 속일 수 있겠죠. 하지만 그런 연기는 금방 탄로가 나요. 늦더라도, 돌아가더라도 정석대로 할래요. 그게 정한비 스타일이죠. 하하."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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