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 성추행 주한미군, 시민 얼굴도 가격"

입력 2013. 2. 5. 00:05 수정 2013. 2.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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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6명 중 3명 신원만 확인하고 돌려보내, "또 부실 초동수사" 도마에

[미디어오늘 김안수연 기자]

주한미군들이 지하철 내에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한국 여성을 성추행하고 사진 촬영까지 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에 대해 경찰이 신원확인만 한 채 돌려보낸 것으로 확인돼 미군 눈치보기식 부실 초동수사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철도경찰대(국토해양부 소속 철도사법경찰대)와 목격자들에 따르면, 주한미군2사단 소속 A씨 등 6명은 지난 2일 오후 9시16분쯤 사복 차림으로 수도권 전철 1호선 동두천발 인천행 의정부역-회룡역 구간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추는 등 소란을 피우다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한 B(20)씨를 성추행하고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이아무개씨는 이날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군 6명이 탑승한 뒤 소란을 피우면서 탑승을 하자마자 주먹 만한 크기의 스피커를 크게 틀었다"며 "지하철인지 클럽인지 (모를 정도의) 큰 소리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소란을 피웠다"고 밝혔다. 이를 지켜보던 여성 B씨(피해 여성)가 용기를 내 미군들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군들은 B씨를 조롱하고 희롱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가해자인 주한미군 가운데 흑인 한 명이 "큐티, 뷰티풀"을 연발하면서 사진기를 들고 계속 촬영하는가 하면, 다른 미군들은 B씨의 손목이나 팔을 건드리면서 이 여성을 희롱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를 듣던 B씨는 미군들의 희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경찰에 전화로 신고했다. B씨가 신고한 것을 본 미군들이 그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B씨는 그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막아섰고, 목격자 이씨와 그의 부인, 이씨의 지인도 B씨를 도왔다고 이씨는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6명의 미군 가운데 세 명은 도망가고, 나머지 중 2명은 막아서려는 이들을 위해하려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 과정에서 미군이 오른쪽 팔꿈치로 이씨의 얼굴과 왼쪽 턱을 가격해 부상을 당했으며, 다른 미군은 이씨를 의도적으로 폭행했다고 이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의정부경찰서 호원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미처 달아나지 못한 미군 3명을 신원만 확인하고 미 헌병대로 넘겼다.

지난해 12월 9일 경찰청이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사건처리 매뉴얼 개정안' 매뉴얼을 보면, 경찰이 미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경우 미군 헌병에 신병을 인도하기에 앞서 기본적인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지난 5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에 위 매뉴얼대로 경찰은 기본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매뉴얼에 대한교육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한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수사과의 이성섭 주무관은 "절차에 따라 미군 관련 범죄가 접수된 건 처음"이라며 "피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가해자가 미군이라서 여러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성섭 주무관은 "피해자 본인의 요청으로 간이진술서만 작성하고 귀가했다"며 "수사는 미군 측과 협의 하에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주한미군 사건처리 매뉴얼 개선안이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권고사항에 가깝기 때문에 일선 수사당국이 미군 수사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영희 외교통상부 SOFA 운영팀장은 "SOFA운영 개선 차원에서의 수사 협력을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발생 하루만에 이례적으로 미군2사단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성명을 냈지만 이를 보는 시선 역시 회의적이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 측은 여전히 시간 끌기를 할 것"이라며 "지난해 7월 평택 미군 수갑 사건 피의자가 8월에 검찰로 송치됐지만 지난 1월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끓을 때만 바빠지다 마는 눈치보기식 수사라는 것.

또한 SOFA협정의 맹점은 조사권이 없고 출석을 통해서만 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경찰이 초동수사권을 엄격하게 행사하지 않으면 증거나 알리바이를 놓치기 쉽다는 지적이다.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미군들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말을 맞추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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