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대에 부푼 해외여행에서 끔찍한 성폭행이라니..'

정호선 기자 2013. 2. 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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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1000만시대..위험에 대한 경계 높이자

지난달 중순 인도에 여행을 다니던 한국인 여대생이 현지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외신 기사를 먼저 접하는 순간 '악' 소리가 났습니다. 한 리조트에 숙소를 예약한 여대생은 그 과정에서 한 현지인 남성을 만나게 됐는데, 어디서 영화는 많이 봤는지 리조트 주인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며 그럴듯하게 접근했다고 하는군요. 친절한 모습으로 사파리 프로그램에 동행하게 됐고, 음료수를 건네기에 별 생각 없이 음료수를 마신 여성은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요. 연고도 없는 외국에서, 혼자 여행을 다녔다고 하니 더 막막했겠죠. 2주일 넘게 어디에도 알리지 못하고 전전긍긍 하다가, 결국 우리나라 영사관에 알려왔고 현지 경찰에 수사의뢰 한 후 다행히 용의자는 체포됐다고 합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건 불교라는 종교의 발원지이자, 속세와는 거리를 둔 수도자들이 많은 성스러운 느낌이 앞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실제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엄청난 빈부격차, 끔찍할 정도로 비참한 하층민의 삶,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 곳곳에 버젓이 존재하는 계층제도, 불안한 치안 등을 보면서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실제로 요새 인도가 국제 뉴스에서 등장하는 건 주로 '성폭행'과 관련된 사건이었죠. 지난해 말 뉴델리의 시내버스에서 여성이 집단성폭행을 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지난달에는 귀가 도중 남성 3명에게 납치돼 성폭행 당한 10대 소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습니다. 인도에선 2011년에만 무려 2만4천여 건의 성폭행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도 여행전문가들은 현지 사정 잘 모르고, 특히 혼자 여행하는 외국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가 종종 발생하니 절대 모르는 사람이 건네주는 음료수를 마시지 말고, 혼자 여행 다니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재외국민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재외국민을 노린 범죄는 2006년 3191건에서 지난한 해 4천 건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셉니다. 특히 살인, 강간, 납치·감금 등 강력사건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여행자가 늘고, 유학생도 많아지고, 이민자가 빈번해지는 등 국제교류가 늘어나는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영주권자, 일반체류자, 유학생 등 재외국민은 3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고, 1000만명에 육박한 해외여행객을 포함해 해외출국자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워 국민 3명 중 1명이 해외를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과의 교류가 늘어나고 외국으로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면서 그만큼 각종 사건사고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겠죠. 우리나라 경제력이 향상된 것도 범죄 집단에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표적이 되는 한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재외국민 보호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려온 외교통상부는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부족한 인력, 예산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죠. 실제로 해외 위험지역 등급구분, 영사콜센터 확대 운영, 신속대응팀 파견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국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외공관 인력도 사실입니다. 재외공관 외교 인력은 1200여명으로 평균 5.6명에 불과해 비슷한 국력을 가진 국가들에 비해서는 많이 모자랍니다. 이러니 해외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에 빠르게 맞춤 대응을 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치상의 한계를 이해해도 국민들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보냅니다. 왜일까요? 인력과 예산만이 현재 재외국민보호시스템의 '구멍'은 아니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무 공무원들이 고압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선입견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사례를 접하게 되니 국민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겁니다.

박근혜 당선인도 외교부에 대해 갈수록 늘어나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범정부적으로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동안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많았습니다. 강대국 중심으로 총영사관을 배치할 것이 아니라 범죄 발생빈도가 높은 곳을 위주로 탄력적으로 운영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외교부에 국민의 안위를 책임질 영사업무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책임의식을 가져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역할은 반드시 강화되고 더 세심해져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여행객 또는 유학생, 현지거주자 모두 반드시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키려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요새 경제위기 영향으로 범죄건수가 늘었지만 사실 우리나라만큼 평균적으로 치안이 잘 돼있고 안전하다는 곳도 드뭅니다. 우리나라 분위기에 익숙해져 외국에서도 자유분방하게 행동했다간 큰 코를 다칠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위험 지역에 혼자 여행을 간다거나 유흥가 등 우범지대를 출입하고, 너무 밤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하물며 한국에서도 위험한 일입니다.

해외여행 갈 땐 안전정보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여행경보는 여행유의와 여행자제, 여행제한, 여행금지 등의 4단계로 나뉘는데, 국가별 여행경보 단계나 안전현황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조할 만하겠구요.

현재 여행금지국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시리아, 예멘, 이라크 등 5개국인데 금지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과거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라면 재차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서 신상정보, 국내 비상연락처, 현지 연락처, 여행일정 등을 등록하는 '동행' 서비스도 유용한 편입니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여행 기간에 목적지 안전정보와 치안상황, 자연재해 가능성 등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고, 해외에서 대규모 재난ㆍ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등록된 여행정보와 현지 연락처를 바탕으로 여행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여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에도 현지 공관에서 가족에게 신속히 연락을 취할 수 있고요.

요즘엔 스마트폰용 해외 안전여행 애플리케이션도 여행자에겐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사콜센터와 대사관, 현지 경찰, 신용카드사, 항공사 등으로 직통 연결이 가능해 해외 사건ㆍ사고 발생 시 경황이 없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외국에 나가서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끔찍한 일을 접하게 되면 얼마나 당황하게 될까요.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어디를 여행할지, 무엇을 먹을지, 어떤 숙소에 묵을지 등만 리스트를 챙길 것이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도 한번 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

정호선 기자 ho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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