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성희롱은 다반사"..다산콜센터 상담원의 비애

조태임 2013. 2.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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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조태임 기자]

"정성을 다하는 120 다산 콜센터OOO입니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강 모(41)씨는 하루에 120번 넘게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다.

다산콜센터는 교통과 수도, 각종 문화행사에 이르기까지 서울에 관한 모든 것을 전화로 안내받고 상담할 수 있는 곳이다. 520여명의 상담원이 하루 3교대로 전화 상담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 씨의 출근 시간은 저녁 6시. 매일같이 일을 시작하며 강 씨가 바라는게 한가지 있다. '제발 오늘 하루 별일 없이 지나가길…"

강 씨는 새벽 1시까지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전화 응대를 해야 한다. 아무리 친절하게 안내를 하더라도 막무가내로 억지 주장을 계속 하는가 하면 다짜고짜 욕설하는 사람도 있다.

고객 응대를 하다 울분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가 한참을 운 적도 있다.

강 씨는 "매일 이런 일이 계속되니까 일을 마시고 나면 어김없이 술을 찾게 된다"고 했다. "술 없이 이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상담원 심 모(38)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루는 이상한 고객에게 한참을 시달려야 했다.

만취한 듯한 민원인은 "용산의 한 술집에서 500cc 맥주를 팔지 않는다"면서 담당 구청 당직자를 연결해 달라고 했다.

민원인에게 서울시 업무가 아니라고 설명을 했지만 막무가내로 폭언을 퍼부었다.

성희롱도 다반사다.

심 씨는 "빈 모텔이 어디냐, 성과 관련된 용어를 설명하라, 뽀뽀를 해보라는 등 별의별 전화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다산 콜센터 서비스 만족도는 95.7점, 고객 응대율은 99%에 달한다.

심 씨는 "고객의 높은 만족도 뒤에는 우리의 눈물이 있다"고 했다.

◈ 민간위탁 업체 경쟁 심화에 상담원들 '스트레스 꾹꾹'

다산 콜센터 상담원들은 서울시가 위탁한 3개 민간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근로자들이다.

응대하는 전화 통화(콜) 수나 민원 발생, 서비스 만족도로 업체들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민간위탁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하다.

민간위탁 업체 경쟁으로 인한 업무 부담은 고스란히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전해질 수밖에 없다.

상담원들은 무조건 무례한 민원인의 억지, 욕설에도 참고 대응해야 한다. 자칫 친절하지 않다는 민원인의 글이 서울시 홈페이지에라도 올라오면 경위야 어쨌든 당장 사유서를 써야 한다.

지난해 서울시가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을 대상대로 조사한 결과, 욕설과 폭언을 당했다고 응답한 상담원은 전체의 82%(416)나 됐다.

한 달 평균 18.8회, 사실상 매일 욕설과 폭언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 상담으로 스트레스가 쌓여도 콜 수에 따라 업무를 평가를 받기 때문에 휴식도 쉽지 않다.

한 시간 동안 20~30통의 전화에 응대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화를 진정할 시간도 없이 또다른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담원들은 실제 강박,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직무 스트레스 관련 설문조사와 정신심리검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강박증, 우울증, 적대감 부분에서 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친절은 평가 잘 받으려고 하는게 아니에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거에요"

이렇게 열악한 상황이지만 상담원들이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답변 하나에도 고마움을 표시하는 시민을 대할 때는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진다고 한다.

상담원 강 씨는 며칠전 어린 자녀 셋을 둔 30대 중반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여성은 1년 전 남편이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며 서울시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알아보려고 했다.

상담원인 강 씨는 전해줄 정보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SH공사에 전화 상담을 할 것을 권했다.

겨우 SH공사의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 뿐이데도 이 여성은 울먹이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

강 씨는 "아주 작은 정보 하나에도 그렇게 고마워 하시니까 괜히 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강 씨는 "상담원들은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마다 0.2점이 추가 되지만 이런 시민을 대할 때는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dearher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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