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아니죠, 17년차 배우 곽정욱입니다

입력 2013. 2. 1. 15:50 수정 2013. 2. 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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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

지난 1월 28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 학교 2013 > 에서 곽정욱(24)은 일진 오정호 역을 맡았다.

ⓒ KBS

KBS 드라마 < 학교 2013 > 의 오정호(곽정욱 분)가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큰 박흥수(김우빈 분)나 고남순(이종석 분)에게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면, < 야인시대 > 덕분이다. 기억을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가면, 거지 왕초에게 '깡'으로 맞서던 어린 김두한이 있었다. 9살의 곽정욱이다.배우 곽정욱(24)은 "내 기억에 없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그러니까 7살 때부터 연기를 했다. < 학교 2013 > 의 문제아 오정호 역으로 첫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진짜 일진을 데려왔냐'는 말이 나올 만큼 이제 막 얼굴을 알린 것 같지만, 연기 경력만 17년째다. 1996년 KBS < 컬러 > 를 시작으로, 단 1년도 쉬지 않고 쌓아온 드라마와 영화 출연작이 50편이 넘는다.

앳된 모습의 '강돌이'( < 요정 컴미 > )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곽정욱은 주로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 부활 > < 마왕 > < 베토벤 바이러스 > < 선덕여왕 > < 거상 김만덕 > 등 꽤 최근까지도 주요 인물들의 아역을 맡았다.

오롯이 한 인물을 연기한다고 스스로 느끼게 된 건 불과 4년 전부터다. 곽정욱은 "영화 < 마이웨이 > 가 계기가 됐다"며 "장동건, 김인권 선배님과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KBS <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화이트 크리스마스 > , tvN < 닥치고 꽃미남 밴드 > 등에 출연한 그는 이제 막 성인 배우로 안착 중에 있다. 곽정욱은 "굳이 표현하자면, '중고 신인'이라고 하죠?"라고 멋쩍게 웃으며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된 건 4년차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KBS 2TV 어린이 드라마 < 요정 컴미 > 에서 '강돌이' 역으로 출연했을 당시 곽정욱.

ⓒ KBS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일, 한때 포기하고 싶었다"

-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는데, 본인이 하고 싶어 시작한 거예요?

"어머님에게 전해 듣기로, 어릴 때 저는 굉장히 내성적이었대요. 가족 이외에는 말을 섞지 못하고, 누가 말을 걸면 울었다고 해요. 나중에 자라서 사회성이 결여되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을까 우려한 부모님은 6살이 되던 해에 저를 MTM이라는 연기학원에 보냈어요.

1년 뒤 학원을 졸업하면서 오디션을 본 게, 윤석호 감독님의 드라마 < 컬러 > (1996)였죠. 그 작품을 시작으로 다음 작품으로 꾸준히 이어졌는데, 그나마 제 기억에 머물기 시작한 작품은 < 야인시대 > (2002)였어요. 그때는 머리를 옛날 방식으로 잘라야 하고 더러운 옷 입는 게 싫었지만, 처음으로 연기가 재밌다고 느꼈어요. 중학교에 가서는 또 다시 혼란이 왔지만요."

- 어떤 혼란이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연기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 정해놓은 대본에, 원하는 연기를 해야 했거든요. 어린 생각일 수 있는데, 갇혀 사는 느낌이랄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게 그 당시에는 힘들었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예를 들어, 하정우 같은 배우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슬픔이 느껴진다면, 다른 사람이 똑같이 하늘을 바라볼 땐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 차이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곽정욱

ⓒ 울림엔터테인먼트

- 그래도 필모그래피는 1년도 쉬지 않고 이어져왔네요.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을 때, 지금의 소속사 사장님에게 연락이 왔어요. 부모님을 제외하고 저를 믿어준 건 사장님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나서도 작품을 하면서 확신이 서지 않아서,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한 달 정도 여행을 간다고 말해 놓고, 1년 반을 있었어요.

사실 한 달째 되는 날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했어요. 연기를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냥 마음껏 놀면서 처음으로 자유롭게 개인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가 한국 소식을 접했는데, 같이 연기했던 친구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도 저 친구만큼은 할 수 있고, 내가 했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무작정 대학을 가겠다고 한국으로 와서 고3을 맞았어요. 수시 특별전형으로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재수를 결심했어요. 연예인 특별전형이 아닌 일반전형으로. 처음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성균관대에 수시합격 했지만, 그 계기가 다시 연기를 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 < 학교 2013 > 에서 학생 역할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제대로 된 학창시절을 경험하지 못했겠네요.

"아무래도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하고 시험보고, 그런 학창시절이 적었죠. 왜 나는 힘들게 밤새고 촬영해야 하나, 조금은 싫었던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서도 배우를 한다면, 학창시절은 똑같이 겪고 성인이 되어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해요. 그 나이 또래에 겪어야 할 경험들을 못 겪으면서 지낸 게 아쉬워요."

곽정욱

ⓒ 울림엔터테인먼트

"오정호 이미 세서, 반항아 캐릭터 제의 들어와"

- 트위터에 '2012년은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도 많다'고 썼던데, 무엇을 얻고 잃었나요?

"작년에 작품으로는 많은 도전을 했어요. 회사 입장으로 보면, < 화이트 크리스마스 > 처럼 8부작짜리 단막극은 냉정하게 말해 큰 이익을 남기는 작품이 아니지만, 배우로서는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었죠. 아침드라마에서는 아역도 했어요. 회사에서도 이제 아역 그만하고 성인 연기를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꾸준히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2012년에는 얻은 것도 있고, 힘든 일도 있었던 것 같아요.

2013년에는 좀 더 신중하게, 또 치열하게 노력하면서 살아야겠어요. 일단 오정호 이미지가 너무 세서 그런지 지금은 반항아 캐릭터 제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어떤 작품이 들어와도 좋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결과적으로는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거나 수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통해서 납득할만한 연기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 대학(성균관대 연기예술학)에서 연출도 한다고 들었어요. 연기와 더불어서 병행할 생각인지?

"엇,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시는 거지.(웃음) 수업을 통해서, 또 개인적으로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연출을 경험했어요. 1학년 때는 카메라 공부를 했고, 2학년 때 실질적으로 단편영화를 연출했는데, 욕심을 내볼만한 분야인 것 같아요. 연출자 입장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 보는 것도 재밌고, 실제로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시간과 능력이 허락하면 연출도 꾸준히 도전해보고 싶어요."

- 연기를 하면서 부모님이 어렸을 때 걱정했던 성격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많이 바뀌었죠. 아버지가 부산 분이라 굉장히 무뚝뚝한데, 연기가 아니었으면 아마 아버지랑 비슷한 성격이 됐겠죠. 그나마 외향적인 어머니 성격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 일 때문에 부모님이 아직 미국에 계시는데, 요즘 < 학교 2013 > 이 잘 되어서 굉장히 좋아하세요. 저는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살고 있어요. 오정호가 못된 아이라고 싫어하진 않으세요.(웃음) 할머니는 무조건 TV에 많이 나오면 기뻐하시고, 할아버지는 제 기사를 벽에 붙여놓을 정도로 제가 배우라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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