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성매수 관광 1위 손님은 한국인

박상기 기자 2013. 1. 30.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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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성매매한 한국인 78% "불법인 줄 몰라" 죄의식 없었다

"코리아에서 왔다고요? 캄보디아 성매매산업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 나라에서 오셨군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현지 조사팀이 지난해 실태 조사를 위해 캄보디아의 시민단체 엑팟(ECPAT)을 찾았을 때 들은 말이다. 현지에서 만난 인터폴 관계자는 "한국 때문에 동남아 성매매가 매우 활발하고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 탓에) 우리는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지난 한 해 동안의 현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아동 성매매 관광의 현황과 대책' 연구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했다. 또한 △유엔 보고서 등을 통한 문헌 연구 △성매매 관련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 면접 △경찰청 및 현지 경찰들의 적발 기록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도 병행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지 시민단체들은 "동남아시아 지역 성매매 관광객 수 1위 나라는 한국"이라고 주장한다.

성매매 관광객과 관련한 통계 자료의 산출은 힘들지만 입국하는 관광객 수와 현지 유흥업소를 이용하는 관광객 수,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한국이 일본·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성매매 관광객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필리핀에 입국한 한국인 92만명은 외국인 중 1위고, 캄보디아도 국경을 접하고 있는 베트남을 제외하면 34만명으로 한국인이 1위였다. 베트남에선 중국에 이어 2위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은 201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인 남성을 '동남아 지역 특히 캄보디아·태국·베트남 지역에서의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고객'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국무부에서 매년 작성하는 인신매매 보고서도 '한국인 남성은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아동 성매매 관광의 주요 수요자이지만 한국 정부는 이러한 한국인을 처벌한 적이 없고, 이러한 관광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연구원은 "특히 동남아 성매매 여성의 15%를 차지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들의 성매매시장에서 한국 남성은 독보적 존재"라고 밝혔다. 연구원 조사팀은 캄보디아의 시민단체 소말리맘재단(Somaly Mam Foundation)에서 '한국 남성들은 어린 사람을 선호하며 매우 폭력적이고 막무가내'라고 설명하는 여성을 만났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남아 여성들 특히 아동들이 생계를 위해 한국인을 위한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며 "한국인만 없어도 여기 성매매 인구가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설문 조사 결과를 근거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매매에 나서는 한국인의 태도를 현 상황의 원인으로 제시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전국의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77.7%가 '해외 성매매 관광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또 78.5%가 해외 성매매 관광으로 인한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해외에서의 성매매가 국내법에 저촉되는 불법 행위라는 것을 몰랐고, 또 현지에서 적발돼도 처벌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성매매 관광에 나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쉽게 성매매 관광의 유혹에 노출된다는 점도 원인으로 보았다. 20·30대는 인터넷으로, 40·50대는 여행사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통해 성매매에 연결되는데 이 과정이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인터넷에 '단속을 피해 성매매하는 법'이 매뉴얼로 만들어져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이에 대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처음엔 성매매를 목적으로 여행을 간 것이 아니었는데도 여행사가 주선한 현지 가이드가 당연한 것처럼 성매매 업소로 관광객들을 데려간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설문 조사에서 50.3%가 '한국인의 동남아 성매매 관광이 현지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박선영 부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가 가진 의식 수준으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아동 성매매를 양산하고 부추기는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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