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녀 몰리는 '부킹호프' 가보니..

성세희 박소연 홍연 기자 2013. 1. 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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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부담없이 만나 '2차' 등 자리 옮겨..일부 성추행 주의

[머니투데이 성세희 박소연 홍연기자][이성과 부담없이 만나 '2차' 등 자리 옮겨…일부 성추행 주의]

지난 24일 어스름이 깔릴 무렵 서울 광진구 화양동 소재 A주점. 이곳은 서둘러 입장하지 않으면 줄을 서야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주점은 외로운 청춘남녀에게 '즉석만남(부킹)'을 주선해 인기를 끄는 속칭 '부킹호프'. 화양동 일대에서 손꼽히는 3대 부킹호프 가운데 한 곳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남녀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날 기회를 노리고 불나방처럼 주점 이곳 저곳을 날아 다녔다.

주점 안은 유행가요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번쩍이는 조명과 레이저 광선이 어둠을 가로질렀다. 벽 한쪽에 설치된 화면에서 나오는 뮤직비디오 주변이 그나마 가장 밝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완연히 주점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음악소리는 주점의 또 다른 전략. 귓가가 얼얼할 정도로 큰소리로 최신 유행가요가 연속으로 흘러 나왔다. 맞은편 사람과 대화하기도 어려울 정도. 곁에 앉은 사람 말소리만 겨우 들렸다.

주점 내부는 탁 트인 홀에 등받이 없는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고 칸막이가 없었다. 평일 대중교통 막차시간이 임박했지만 빈 테이블은 거의 없었다. 동성친구 둘 셋씩 앉아서 수시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는 지 물색하는 모양새. 간혹 남녀 대여섯 명이 함께 앉아있는 곳은 '즉석만남'에 성공한 자리였다.

공들인 흔적이 엿보이는 머리를 매만지는 남성과 눈두덩 윗부분이 반짝이는 여성이 눈에 띄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냉기에도 얇은 정장 재킷이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이들은 의상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몇몇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을 거침없이 품평회하기도 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성은 친구에게 "(합석한 남성이) 순진한 척 하면서 자꾸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으로 옮기자고 부추긴다"며 "서른 살 넘은 나이 많은 남성도 왔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1000원짜리 할인 쪽지주고 2차 종용

지하철 막차시간을 앞둔 오후 11시30분. 종업원이 첫 '쪽지'를 건넸다. 즉석만남을 원하는 이성이 쪽지를 보내면 3분간 대화를 나눈 뒤 합석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쪽지는 합석을 권유하는 동시에 1000원 할인쿠폰 역할을 했다.

1000원과 3분을 맞바꾼 이진웅씨(20·가명)는 "이곳이 시끄럽지 않느냐"며 "몇 시쯤 주점을 나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이씨는 통성명보다 다음 행선지를 궁금하게 여겼다. 3분이 지난 뒤 도로 테이블에 돌아간 이씨는 합석에 실패하자 "우리와 합석하지 않을 생각이냐"며 "2차를 간다면 우리와 함께 가자"고도 했다.

A주점을 처음 찾았다는 대학생 박석현씨(22·가명)도 이씨와 비슷한 말을 건넸다. 박씨는"원래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주변에 조용한 술집을 아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자정이 넘어가자 합석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녀는 짝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A주점 주변에는 24시간 운영하는 주점이 쉽게 눈에 띄었다. A주점 건너편에 자리 잡은 24시간 주점에는 처음 만난 듯 통성명과 나이를 묻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A대학 다니는 거 아니냐'라든지 'A대학 근처 살아서 잘 안다'는 등 대화를 나눴다.

◇들불처럼 번진 '탈선호프'

약 3~4년 전부터 즉석만남을 주선하는 주점이 명성을 누렸다. 건대입구에서 시작한 즉석만남주점은 강남역과 홍대 등지로 들불처럼 번졌다. 이모씨(27)는 "과거 일주일에 두세 번씩 건대 근처 3대 즉석만남주점을 모두 누볐다"며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합석한 뒤 24시간 주점으로 이동해 밤새 술을 마셨다"고 했다.

부킹호프는 나이트클럽 등이 받는 입장료가 없다. 술값이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 등 젊은 층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그러나 일부 남성은 처음 만난 여성이 실신할 정도로 술을 권하기도 한다. 지난 18일 오전 9시쯤에는 만취 상태로 발견된 B씨(21·여)가 화양지구대로 옮겨졌다. B씨는 전날 밤 즉석만남주점에서 처음 만난 남성과 날이 새도록 술을 마셔서 기절했다. 경찰은 구급차를 불러 B씨를 인근 병원으로 후송해 응급조치했다.

20대 초반인 열혈 남녀가 주점으로 몰리면서 종종 부작용도 빚는다. 경찰은 익명성을 담보로 모르는 사람과 경계를 푼 채 음주를 즐기다가 휴대전화나 지갑 등을 잃어버린 뒤에도 신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간혹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하고도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을 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력이 모자란 20대 초반 남녀가 나이트클럽보다 저렴한 즉석만남주점에 모여 비행을 저지르는데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남녀가 익명성을 무기로 술을 마시다가 숙박업소를 찾는다는 소문에 다른 지역에서 원정 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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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세희 박소연 홍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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