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를 위한, 유승호에 의한 드라마 ('보고싶다' 종영②)

손효정 2013. 1. 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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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손효정 기자] 지난 17일 종영된 MBC '보고싶다'(문희정 극본, 이재동 연출)는 배우 유승호가 재발견된 드라마이다.

'보고싶다'는 한정우(박유천)와 이수연(윤은혜)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드라마이다. 그러나 14년 전 수연이 성폭행을 당하고, 정우가 무서움에 도망을 간 후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지게 됐다.

그 사이 수연에게 있어줬던 인물이 강형준(유승호)이다. 14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돈에 욕심이 먼 한태준(한진희)의 음모가 있었다. 형준은 태준에 의해 엄마를 잃은 불우한 인물이다. 형준은 태준을 향한 칼날을 갈며, 자신과 수연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모두 살해했다.

어느 순간 전통 멜로를 지향하던 드라마는 범죄 추리 스릴 드라마가 됐다. 그러면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 바로 강형준이다.

이 역을 맡은 유승호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유승호는 극 중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하게 표현하는가 하면, 윤은혜에 대한 집착을 살 떨리게 표현했다. 더 이상 아역배우 유승호는 없었다. 유승호는 성숙된 연기로 호평을 받으며, 진정한 배우로 발돋움했다.

FOR 유승호

│20살 배우의 재발견

사실 '보고싶다'가 방영되기 전에 유승호는 우려를 자아냈다. 유승호는 아역 배우의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집으로'의 투정대던 꼬마, '공부의 신'의 반항아 황백현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2012년, 20세가 된 유승호는 성인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승호는 TV조선 '프로포즈 대작전', MBC '아랑사또전'에서 성인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프로포즈 대작전'에서는 고등학생 때 모습이 주를 이뤘으며, '아랑사또전'에서 유승호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즉, '보고싶다'가 본격적인 성인 연기의 발판이 된 것. 유승호는 20대 후반의 복합적인 캐릭터 강형준/해리 역을 맡게 됐다. 더욱이 유승호의 상대 배우는 윤은혜였다. 무려 9살 나이차이가 나는 것. 둘의 캐스팅을 두고 '이모와 조카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성인배우들이 5회부터 등장하면서, 유승호에 대한 우려는 사라졌다. 유승호는 비주얼부터 완벽했다. 앳된 외모가 남아있지만, 강형준 역에 적합한 외모였다. 이로 인해 유승호는 'CG남'이라는 명예로운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유승호가 외모만 훌륭한 배우였다면 이와 같은 사랑을 받을 수 없었다. 극 초반, 형준은 조이/이수연(윤은혜)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조이가 정우를 만나면서 이수연으로 돌아가려고 하면서 형준은 변했다. 극이 전개되면서 형준은 조이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면서, 광기어린 모습을 보였다. 유승호는 '이렇게 연기 잘 하는 배우였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역을 소화해냈다.

그러는 한편, 유승호는 지난해 12월 21일 "'보고싶다' 종영 후 군대를 갈 것"이라고 계획을 발표했다. 연기를 위해 대학교 진학을 하지 않은데 이어 또 한번 큰 결정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승호의 남성스러움은 더욱 부각이 됐고, '보고싶다'에 시너지 작용을 했다.

'보고싶다'가 종영된 이 시점, 많은 팬들은 강형준과 유승호를 모두 떠나 보내게 됐다. 이곳저곳에서 아쉬운 목소리와 함께 응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BY 유승호│ 강형준과 혼연일체

유승호가 아닌 다른 배우였어도 강형준을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유승호는 '보고싶다'의 강형준과 혼연일체된 모습이었다. 유승호는 말 그대로 계속 보고싶은 연기를 펼쳤다.

강형준은 연쇄 살인범에 싸이코패스이다. 형준은 극악무도의 캐릭터이기도 한 반면, 가장 불쌍한 캐릭터였다.

14년 전 엄마를 잃고 혼자가 된 형준에게 "꼬마야"라며 먼저 다가와준 인물이 이수연이었다. 외톨이가 된 형준에게 수연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형준은 수연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옆을 지켰다. 모성애가 결핍된 형준에게 수연은 소유해야만 하는 사랑이었다.

형준은 엄마와 수연을 소유하기 위해 살인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형준은 14년 전 김 형사(전광렬)를 죽였으며, 강상득 강상철 형제, 미쉘 킴(김선경). 남 실장(조덕현)을 모두 죽였다. 황미란(도지원) 또한 살인을 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이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는 폭력을 일삼던 윤실장(천재호)의 양부모를 죽이고, 윤실장과 주종 관계를 맺었다.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고 싶었던 형준은 살인을 저질러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형준은 이수연 또한 죽여서라도 자신의 옆에 두려고 했다. 그러나 형준은 엄마도 수연도 모두 갖지 못했다.

특히 형준의 최후는 비참했다. 형준은 수연을 애타게 부르며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눴다. 형준은 "조이 나도 널 위해 죽을 수 있어. 왜 나한테 기회도 안 주는 거야? 제발 나 좀 봐줘. 봐달라고" 외쳤지만, 수연은 형준을 전혀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10개월 후, 형준은 정신병원에 있었다. 형준은 모든 기억을 잃은 상태. 수연은 형준의 나쁜 기억을 지워줬다. 형준 또한 손으로 나쁜 기억을 지우는 제스처를 취했다. 무기징역자인 형준은 교도소에서 삶을 마감하게 됐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과거 어두웠던 형준을 떠나보냈기 때문.

형준에 강한 애정을 쏟던 시청자들은 형준의 최후를 아쉬워했다. 차라리 형준이 자살을 하는 편이 나았을 수도 있다는 것. 엄마와 헤어진 후부터 혼자였는데, 마지막까지 혼자인 형준을 불쌍해했다. 일각에서는 '범죄자는 범죄자일뿐이다. 살인자를 너무 미화했다'고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게 만든 것은 유승호의 연기였다. 선과 악을 오가는 그의 마스크와 연기는 강형준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유승호가 보여준 집착, 광기, 오열 연기는 오랫동안 시청자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사진=MBC '보고싶다' 화면 캡처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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